▲ 이화섭 KBS 신임 보도본부장
KBS 사측이 2010년 7월 진행된 합법파업을 이유로 KBS 새 노조 집행부 13명을 대거 중징계하고, <추적60분> 4대강편 등을 불방시켜 논란을 일으킨 이화섭씨를 신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자 KBS 구성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집단행동' 돌입을 준비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15~16일 이틀간 '부당징계 철회'와 '이화섭 신임 보도본부장 임명철회'를 위한 제작거부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총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KBS 기자협회는 10일 저녁 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황동진 KBS 기자협회장은 1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자협회 회원 555명 가운데 육아휴직, 해외연수 등을 제외한 545명이 투표인단에 해당한다. 재적 인원 과반수에 과반수가 찬성하면 제작거부가 가결되며, 만약 부결된다고 해도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며 "결과는 17일 0시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기자협회는 2008년 8월 정연주 KBS 사장이 불법적으로 해임될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투쟁의 전면에 나섰던 KBS 사원행동 관계자 3명이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당하자 2009년 1월 29일 '중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KBS PD협회와 함께 제작거부에 돌입한 바 있다.

KBS 기자ㆍPD협회는 제작거부에 돌입한 2009년 1월 29일 당일 KBS 사측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파면' '해임'에서 '정직'으로 크게 낮추자 제작거부 돌입 18시간 만에 업무에 복귀했었다.

▲ 지난 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KBS본부 조합원들이 중징계를 받은 집행부 13명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곽상아
KBS 새 노조 역시 오는 14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KBS 중견기자 73명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중징계 철회'와 '이화섭 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KBS 보도본부 19~25기 기자들은 "우리 기자들의 대선배(김인규 사장)가 KBS를 파산 상태로 몰아가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기 힘들다"며 10일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내려진 가혹한 징계의 칼을 거두시라. 이미 합법파업으로 판결난 사안에 대한 무리한 징계는 경영진의 무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결과로 끝날 것"이라며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임명도 철회돼야 한다. 이화섭 기자는 공정한 보도를 이끌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이미 내려졌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후배들은 특보 출신 사장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우리도 같은 입장이지만 마음 한편에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가 넓은 김 선배가 KBS의 조직 역량을 키울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어 "직원들 사이에서 'KBS 사장은 내부에서 하면 안 되겠어!' '차라리 외부 낙하산 사장 때가 좋았어!'라는 말이 오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KBS를 잘 안다는 김 선배의 장점이 내부 세력의 갈등을 담보로 조직을 장악하고, 방송의 영향력을 정권에 헌납하는 능력으로 쓰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사장을 향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인가? 30년 후배들의 성명서를 정말 '정연주 키즈'의 정치적 공략이라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물으며 "중고참인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사장께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 때나마 우리 기자들의 얼굴이었던 김인규 선배가 KBS의 현재이자 미래인 후배들에게 경멸의 대상이 된 불편한 진실 때문에 우리도 후배들 앞에서 얼굴을 들기 힘들다"며 "KBS에서 태어나 KBS 속에서 승승장구 해 오신 선배의 인생과 KBS의 역사에 더 이상 오점을 남기지 말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성명에 참여한 19~25기 KBS 기자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고성준 곽우신 김휴동 손관수 오세균 유석조 이병권 이창룡 이흥철 (19기) 김웅규 김태선 김철민 박재용 박태서 성인현 이중우 임장원 장세권 조현관 진만용 하준수 (20기) 김인수 김태형 김현석 김희철 나신하 선재희 윤양균 이승환 이영진 이호 황상길 (21기) 김원장 김봉진 김정환 박유한 심수련 이경호 이동환 이은정 이주형 정재용 조일수 최경영 최문호 (22기) 유승영 최정근 함 철 (23기) 구영희 박성래 오범석 오승근 원종진 유원중 윤희진 이수연 이영현 정인성 정제혁 조현진 한성윤 한승복 (24기) 김용모 박종훈 송현정 신동곤 심병일 안현기 이해연 임동수 정충희 홍병국 홍성철 (2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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