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한 주 늦춰져 11일 시작된 위대한 탄생2 생방송은 박미선의 사회로 무대를 열었다. 위대한 탄생2 생방송 첫 무대의 주인은 구자명이었다.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른 구자명은 멘토와 전문심사위원 합산점수에서 최고점을 받아 골든티켓을 거머쥐었다. 구자명이 첫 방송에 떨어질 일은 없었겠지만 위탄2 우승을 향한 기세를 잡았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이로써 특별한 실수가 없는 한 구자명은 위탄2의 대세로 올라설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그러나 첫 방송의 관심사는 누가 골든티켓의 주인이 되냐는 것보다 탈락자 두 명이 누가 되냐에 있었다. 예선부터 주목받아온 대세들은 모두 안정적이고 보다 세련된 모습을 보여 그동안의 트레이닝이 좋은 약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명의 탈락자는 김태극과 홍동균이었다. 의외였다. 고음불가 정서경의 탈락을 너무도 당연시 여겼던 예측을 벗어난 결과였다. 고음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 가요 소비자들은 고음불가의 정서경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정서경은 사전 인터넷 투표에서도 상위에 올랐으며, 멘토와 전문심사위원 합산 점수에서도 6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놀라운 반전이었다. 골든티켓과 탈락자 두 명 외에는 전체 점수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정서경의 통합순위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문자투표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을 보면 정서경에 대한 호감이 아주 낮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정서경은 우승후보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단히 블루스에 어울리는 음색을 가졌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라 문자투표가 좌우하는 생방송 오디션에서는 약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톱10에 들었고 당장은 쉽게 탈락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이제는 고음불가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음역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시원시원하게 고음역을 뚫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예선 때를 감안한다면 믿지 못할 정도로 발전된 모습이었다.

정서경은 강한 블루스 느낌의 빗속에서를 불렀다. 이문세의 1985년 3집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아주 오래 된 느낌을 정서경의 특기대로 블루스하게 불렀다. 고음역에서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특별한 위기 없이 무난히 고비를 넘겼다. 앞서 스피커를 찢을 기세로 고음역을 넘나들었던 구자명 같은 시원한 맛은 없었지만 블루스의 처절한 느낌과 색을 맞춘 열창이었다. 정서경이 열창을 했다는 것부터가 달라진 것이다.

이런 정서경의 변화는 멘토 스쿨의 위력이며, 작곡가 윤일상의 놀라운 조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음역의 개척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소극적인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과정이다. 아무리 전문가들의 힘을 빈다고 하더라도 길지 않은 시간에 정서경의 음역 조절에 성공한 윤일상의 능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물론 이런 경우는 물리적 개선보다는 심리적인 유도효과를 본 것일 것이다. 정서경의 내부에 억눌려 있던 잠재력을 끌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우승후보는 아닐지라도 정서경이 멘토스쿨을 통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앞으로 가요계에 어엿한 개성을 가진 가수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인 것은 다행스럽고도 잘된 일이다. 조PD가 윤일상 멘토스쿨 중간평가에서 좋은 작곡가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정서경은 좋은 작곡가를 윤일상을 만난 것 같다. 모두가 화려한 가창력을 뽐낼 때 달맞이꽃처럼 수줍은 모습으로 조용히 노래 부를 가수 하나쯤은 있어도 좋을 것이다. 정서경에게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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