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파업에 대해 김재철 사장은 '해품달도, 무도도 잘 되고 있는데...'라는 언급을 했다. 이상하게도 작년 연예대상을 수상한 나가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불과 한 달 전 일인데도 벌써 사장의 머리에 잊혀질 정도로 나가수의 존재감이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2011년 예능 최고 히트상품 나가수는 현재 추락하고 있다.

최근 계속된 하향세 속에 빠져 있는 나가수는 시즌1을 종료하고 휴지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해졌다. 그와 함께 나가수 원조인 김영희 PD의 복귀설도 등장하고 있는데, 한 달이 될지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휴지기 동안 나가수는 제대로 숨 고르기를 할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다른 예능과 달리 나가수는 비축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여유 없는 제작일정을 보낼 수밖에 없어서 문제점이 발견된다 할지라도 그냥 밀고나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가수에 앞서 방영되던 룰루랄라의 종영시기도 거의 맞물리게 되어 일밤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단행할 수 있어 아퀴가 잘 맞아떨어진다.

먼저 제작진 스스로를 재점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밤의 실수이자 과한 욕심이었던 것은 일밤을 너무 음악 일변도로 가져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임재범의 <바람에 실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음악을 모토로 하는 룰루랄라를 편성했지만 연거푸 실패를 확인하는 데에 그쳤다. 나가수에 앞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그다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음악예능이라는 점도 나가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나가수가 최고조를 이룰 때의 프로그램 만족도라면 개의치 않을 수 있겠지만 하향일변도의 지금이라면 뭐라도 신경을 쓰게 된다. 나가수는 뜨거운 관심 속에 탄생했다가 곧바로 재도전 역풍에 일대 개편을 맞게 됐지만 워낙 처음에 짜놓은 가수의 진용이 훌륭했다. 거기다 임재범이라는 강력한 구원투수를 긴급 투입하여 나가수는 언제 논란에 시달렸냐는 듯 국민예능이 될 기세로 인기를 거머쥐게 됐다.

그러나 그 기세는 1기 나가수 멤버들이 지켜줄 동안만 유효했다. 이후 나가수에는 여전한 감동과 함께 논란이 공존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칭찬보다는 비난이 앞섰고, 감동보다는 불만이 더 컸다. 논란도 마케팅이기에 어느 정도는 시청률 유지에 보탬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순간 불만과 감동의 균형을 맞추던 시소가 불만 쪽으로 완연하게 기울어지면서 나가수는 결과만 알면 충분한 프로그램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순위보다 가수들의 황홀한 무대를 기다렸던 두근거림이 사리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가수는 기본이 잘 빚어진 좋은 예능 포맷이다. 긴 세월 동안 자신을 갈고닦은 가수들이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피를 말리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언제나 흐뭇하고 행복한 일이다. 순위, 서바이벌 등의 예능요소는 그 행복한 시간을 보조하는 양념일 뿐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양념이 본재료를 앞서면서 나가수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은 사나워졌고, 사나워진 가슴에 두근거림이 존재할 공간이 있을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싱거운 해법이지만 이제 나가수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밖에 방법이 없다. 그런 면에서 김영희 PD의 복귀는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일밤엔 쌀집아저씨 손맛이 제격이 아니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