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 드라마에서 영혼을 울리는 연기를 기대했던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는 사람은 뻔뻔하고, 보는 사람은 민망했던 시즌 1에서의 참담했던 첫 출발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은 수준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팬심이 이 시리즈를 기다렸던 이들의 솔직한 기대였겠죠.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1,2회의 첫 주 방송분이 끝난 지금 이런 기대는 일정부분 충족되었다고 보는 것이 공정한 평가일 겁니다. 빼어난 연기력에 감탄하기에는 이들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자체가 무척이나 얄팍한데다가 별다른 사건 사고보다는 복잡한 인물 소개에 할애했던 시간이 더 길었으니까요.

그냥 그들이 보여주는 대로 보고, 좋아하는 아이돌들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쳐주는 것에 만족하는 드라마. 드림하이 시즌 2의 기대치는 딱 그 정도까지입니다. 다른 드라마라면 모르겠지만 애초 이들 출연자들의 연기 자체가 본업에서 벗어난 작은 일탈에 불과한 드림하이에서 발연기를 트집 잡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이 아이돌 출연의 학예회를 기획한 의도를 모른 척하거나 아니면 그런 시도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것에 불과해요.

하지만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그들이 갈등과 문제의 시작점으로 설정한 배경 자체가 무척이나 위험한 시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죠. 아이돌 자신들의 삶 일부를 투영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드림하이에서 이런 식의 접근은 굉장히 일방적이고 삐뚤어진 시각을 시청자들에게 동의할 것을 주장합니다. 바로 청소년 시기의 혹사가 당연한 것이고, 거대 기획사에 의한 훈련과 기획이 스타가 되길 원하는 모두가 선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왜곡, 혹은 현실 인정이죠. 드림하이라는 드라마가 지금의 아이돌 세상을 만들어준 지금의 편중된 구조를 용인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란 우려가 강하게 느껴지는 시작이었어요.

갈등의 출발은 미성년 연예인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이른바 미성년자 특별 보호법, 미특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이 발효된 상황에서 이에 반발하는 주인공들의 일탈과 반항입니다. 만인의 숭앙을 받아야 하는 ‘아이돌’이 되었든, 거리 공연으로 재능을 뽐낼 기회를 찾는 락밴드의 일원이든 그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이런 규제 자체에 강한 의구심과 거부를 나타내는 것이죠. 그 와중에 이런 일탈에 의한 소속사와 방송국의 갈등, 출연 금지, 강제적인 휴식의 상황이 이어집니다. 보호라는 명목의 활동 금지. 이 드라마가 표방하는 미특법에 대한 반응은 대충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일까요? 아직도 성장기에 있는 이들에게 충분한 수면과 휴식, 적절한 영양 공급도 보장하지 못하고, 꿈을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화려함 이면의 가혹한 혹사를 당연시하는 것이 정말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적어도 미성년자들에게는 일정한 제제를 통한 휴식과 재충전을 보장하고, 그에 걸맞은 방송 기준을 만들 것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하고 일방적인 제한일까요? 오히려 하루에 2시간 정도 자고 있다며 쓸쓸하게 하루 일정을 고백하는 아이돌들이 넘쳐나는 지금의 현실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드림하이에서 이런 미특법에 가장 격렬하게 반항하는 주체는 기획사나 방송사가 아닌 이 제한으로 해택을 보게 될 아이돌들 자신입니다. 내 자신이 선택한 길을 왜 거추장스러운 규제로 막아서냐는, 자신은 물론 후배들까지도 장기적으로는 해택을 볼 수 있는 체질 개선을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규제로 취급하는 것이죠. 그 와중에 강소라를 비롯한 기린예고의 학생들은 어떻게든 유명 기획사의 오디션에 붙기를 원하며 어설픈 주술도 감행하고, 현재의 착취와 혹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모순되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렇기에 저는 이 드라마가 몹시 불편합니다. SBS의 K팝스타는 물론이고(2012/01/03- K팝스타의 불편하고 명백한 한계, 위험한 생명연장의 꿈), 거대 기획사가 직접 제작에 나선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거나 기존의 아이돌들이 의외의 영역에 도전하며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보다 공고화시키고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는 홍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요. 저는 이런 숨겨진 의도가, 아이돌들이 스스로의 현실을 정당화하며 현실의 괴로움을 외면하는 배경이 그들의 학예회 같은 발연기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답답합니다. 그들의 영역은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이런 식의 정당화는 너무 지나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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