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뉴스다운 뉴스를 보니 감격스러워 눈물날 지경입니다. 이런 뉴스가 공중파로 나왔어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번 방송 철회하고, 하루에 한번씩 99%의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달라."
"기성언론이 눈치를 보며 감춘 부분들을 속 시원하게 뜯어내 보여주어 감사합니다."
"맨날 물탄 심심한 뉴스만 보다가 <뉴스타파> 보니까 죽이네요."
"이제 더 이상 썩어자빠져 너저분해진 공중파뉴스 따위 기대하거나 기다릴 필요도 이유도 없겠군요."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방송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올라온 '첫 방송 감상평' 중 일부다. 노종면 <뉴스타파> 앵커가 뉴스타파 돌풍의 원인으로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갈증"을 지목했듯이 '뉴스다운 뉴스'에 대한 갈증과 함께, '기존의 지상파 뉴스'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상파 뉴스가) 정권 홍보방송이 돼버린 현실에서 우리만이라도 제대로 된 방송을 통해 바른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뉴스타파를 시작하게 됐다"는 제작진들.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추진되고 있는 14조원대 무기도입과 관련한 보도 역시 기존 지상파 뉴스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 윗쪽부터 30일 KBS 뉴스9 <차세대 전투기 2파전>과 30일 SBS 8뉴스 <차세대 전투기 3파전>

방위사업청이 단일 기종으로 사상 최대 비용인 8조 3천억원이 들어가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위해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30일 저녁 지상파 뉴스를 살펴보자.

"10월에 선정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둘러싸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미국의 F-35와 유럽 유로파이터의 2파전 속에 다른 업체들이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중략) 정부는 이번 전투기 선정이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 영공을 책임질 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끝까지 경쟁체제를 유지해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했습니다."(1월 30일 KBS 뉴스9 <차세대 전투기 2파전>)

"무려 8조 원 규모에 이르는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둘러싼 세계 방위산업계의 공중전이 시작됐습니다. 전투기 사업이라는 게 추진할 때마다 말썽이지만 하늘에서 벌어지는 최첨단 기술 경쟁은 역시 볼거리입니다.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입니다. (중략) 영국과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공동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나토군의 리비아 공습에 참여해 실전 능력을 입증했습니다."(1월 30일 SBS 8뉴스 <차세대 전투기 3파전>)

무기도입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경쟁양상'을 중계 보도한 전형적인 홍보성 기사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실조차 비공개 보고서를 통해 "절충교역과 가격협상 측면을 고려하면 2012년 10월에 기종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다"고 지적한 무기도입의 타당성에 대해 검증을 시도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3일 KBS '뉴스9' <10조 차세대 무기도입>에서도 치열한 경쟁상황, 도입 일정 등을 주요하게 전하며 말미에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대규모 무기계약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있는데다 대선과 총선 등이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 27일 공개된 <뉴스타파> 1회

그렇다면, 같은 주제를 다룬 <뉴스타파>는 어땠을까? <뉴스타파>는 27일 첫 방송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무기도입액은 8조원 가량이다. 올 한해 동안만 지난 5년간 무기도입액 2배 가까이 많은 무기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무리하게 무기도입을 추진하려는 이면에 주목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공개된 미 비밀외교 문서 분석을 통해 "미 국방부의 세드니 차관보가 2008년 4월과 2009년 3월 열린 한미안보정책구상 회의에서 한국측에 '글로벌호크 구매요청서를 다음 회기까지제출하라'고 종용했다"며 "여기서 거론된 '글로벌호크'는 이명박 정부가 올해 도입계약을 체결하려 하는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 그루먼사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8일 버시바우 대사는 김병국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국방예산 10% 감축 계획은 한국의 방위능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며 "미국무기도입 예산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또,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25일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한국의 국방예산 감축 계획은 한국이 미국산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획득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국방예산 감축은 미 의회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한국 측에 경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8일 주한 미 대사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미국 측은 '새로운 한미동맹을 통해 확보할 7대 이익' 중 하나로 "무기시장에서 한국군이 계속 우리의 최고 고객이 되는 것을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꼽았으며,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권을 상대로 자국 무기를 최대한 판매하겠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비밀외교 문건을 근거로 "임기 말 무더기 미국 무기 도입 계획은 MB정부의 굴종적 대미관계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들다.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무기체계를 촉박한 일정에 따라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구매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커미션 등 각종 비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방위력 증강에 시급한 무기가 아니라면 도입 여부를 차기정권에 넘겨 타당성을 충분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현실성,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도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 하지만 "정부가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고 "하늘에서 벌어진 최첨단 기술경쟁이 역시 볼거리"이라며 정부 정책 확성기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는 지상파 뉴스 스스로가 <뉴스타파>의 존재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