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과 독특함을 이야기합니다. 매주 순위가 바뀌고 화제의 주인공이 교차하는 버라이어티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접근을 요구하고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기다리죠. 더욱 강렬하고 자극적인 구도, 독하고 매정한 방송이 시청률을 끌어올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리얼을 넘어선 극한의 체험이 전파를 타고, 새로움과 감동의 압박은 점점 출연자들을 전문가 수준의 단련으로 몰아넣습니다. 평범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의 잔혹함은 매주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현실이에요.

그런데 이번 주 1박2일에서 과연 새로운 것이 있었나요? 어종이 달라지기는 했고, 게임 복불복과 토론 설득으로 각자 다른 배를 타며 어선 체험을 하는 과정이 있기는 했습니다. 2년 만에 출항이라며 추억을 곱씹고, 새로 참가한 멤버들은 신기해하는 오랜만의 바다 나들이기는 했습니다. 선장님은 근래 들어 그나마 나아진 날씨라고는 하지만 멀미를 부르는 괴팍한 날씨이기도 했죠. 하지만 그 방송의 커다란 줄기는 장소만 반가울 뿐이지 1박2일이 의례 보여주곤 했던 고생담입니다. 언젠가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것들의 반복. 5대 어선 특집은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를 다룬 기발함과는 거리가 먼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합니다. 새벽 3시의 한겨울 추위에도 나와 준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와 함께 바다로 나섭니다. 선원들과 격이 없게 대화를 나누고,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그물을 당깁니다. 제작진조차 촬영에 어려움을 느끼며 하나 둘씩 쓰러지고 심해진 멀미 때문에 휴게실에서 몸을 누이지만 정작 출연자들은 비바람 속에도 분량 확보를 위해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맷은 익숙할지언정 카메라 속 사람들은 특별한 방송. 그것이 1박2일이 그동안 표방했던 가장 강력한 힘, 바로 진정성이었습니다.

엄태웅은 동생들과 같이 먹기 위해 잔뜩 싸들고 온 키조개 만찬을 풀어놓을 여유도 없이 12시간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갑니다. 초딩이란 별명답게 물고기라면 질색을 하며 뒷걸음질 치던 은지원도 그래도 도움이 되어야겠다면서 위험하다는 그물을 당깁니다. 배웅하러 나와준 시민들에게 감격하며 바다로 나선 김종민은 조업이 끝나자마자 폭삭 늙은 얼굴로 배에서 내립니다. 이젠 바다에 익숙할 만도 한 이수근도 결국은 애를 쓰다가 나가떨어집니다. 그리고 생애 가장 버라이어티한 생일을 맞이했을 막내 이승기는 그 전쟁 같은 와중에서도 스텝들을 챙기며 미션을 마무리합니다.

바로 최선 그리고 배려와 친근함.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지 간에, 누구와 만나 어떤 미션을 수행하든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 이것이 지금까지 1박2일이 일요일 저녁을 호령할 수 있게 해준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이죠. 둔탁하고 세련되지 못한 남자들의 고생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꺼이 이들과 함께 매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었던 비법. 제작진은 이제 대단원의 마무리를 앞두면서 그 누구도 획득하지 못했던 자신들만의 장점을 자신 있게 과시하며 2기를 예고한 후속 프로그램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기발함을 넘어선 진정함이야말로 시청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란 친절한 안내이죠.

그렇지만 진정성만으로도 부족한 무언가의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웃기면서 동시에 진실하다는 어려운 만남을 능숙하게 버무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요. 아무리 고생과 고욕을 자처하며 험지에서 노력한다고 해도 의욕을 넘어선 과함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부담 없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을까요? 큰 형이 빠져 나간 뒤에도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준 노련한 MC 이승기를 대체할 수 있는 에이스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지루함과 무난함을 느끼지 않도록 절묘하게 편집점을 찾아내고 자연스럽게 음악과 화면을 조화시키는 제작진의 역량을 메울 수 있을까요? 이젠 남들도 다한다는 어선 체험. 일상이 되어버린 출연자 고생시키기의 표면만을 따라하는 것은 쉬울지 모르지만 그 진정성을 담아내는 섬세함까지 따라할 수 있을까요?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새로운 제작진이 이번 주 방송을 보며 느꼈을 암담함과 답답함이 절로 느껴질 정도로, 1박2일의 5대 어선 특집은 압도적인 위력을 뽐냈습니다. 고생은 할 수 있습니다. 더 극한 직업을 체험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고생 속에서 주민들의 환호와 함께 격이 없이 어우러지고,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타이틀에 자부심을 가지며 온 몸을 다해 헌신하고, 그 노력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게 다듬을 수 있을 때까지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기다려야 할까요? 1박2일은 지금이 전성기입니다. 하락도 쇠퇴도 느껴지지 않는 가장 최상의 상태로 링에서 내려올 것입니다. 이런 슈퍼 챔피언의 다음 경기를 대충 따라한다고 해서 감당할 수 있을까요? 매번 1박2일을 말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지만 전 아직도 이 프로그램과의 예고된 작별을 실감할 수 없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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