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장 김인규)가 지난해 노보를 통해 '올해의 사자 성어'로 '시벌로마(施罰勞馬)'를 선정한 KBS 새 노조의 엄경철 전 위원장 등을 고소해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KBS 새 노조가 지난달 27일 발행한 노보 1면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 사측은 26일 엄경철 전 새 노조 위원장과 김경래 전 새 노조 편집국장을 '모욕죄'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KBS 새 노조(위원장 김현석)는 지난달 27일 노보에서 KBS 드라마 <영광의 재인>의 주인공 천정명이 '부하 직원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직장상사를 지칭하는 말'이라며 사용해 화제를 모은 '시벌로마(施罰勞馬: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벌을 내린다)'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해 현재의 KBS를 풍자한 바 있는데 해당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당시 새 노조는 노보에서 '올 한 해 노보를 빛내준 인간들'이라며 김인규 사장, 길환영 콘텐츠본부장, 고대영 보도본부장, 이화섭 부산총국장, 박영문 스포츠국장 등 5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엄경철 전 새 노조 위원장은 "'시벌로마'는 일종의 풍자로서, 지난 2년간 KBS를 모욕하고 후퇴시킨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자시들이 모욕을 당했다고 고소까지 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며 "웃음을 통해서 현실의 문제점을 폭로한 것인데, 칼을 들고 나서는 회사의 행태를 보니 안타깝다. 노보 때문에 노조 간부를 모욕죄로 고소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시벌로마'는 지난해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천정명 씨가 사용해 화제가 됐던 표현이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드라마에서는 사용해도 되고, 기본적으로 사내를 대상으로 하는 노보에서는 왜 그 표현을 사용해선 안 되느냐"며 "기본적으로 사건 자체가 성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부에서도 (고소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었는데, 몇몇 강경 간부들이 고소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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