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이유로 인해) 프로그램에서 쫓겨났던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등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첫번째 조치"라며 "나 역시 KBS 사장으로 원상복귀해서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2008년 8월, 임기를 15개월여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강제 해임된 정연주 전 사장은 최근 해임의 주요 근거였던 배임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해임 무효 소송의 경우에도 1,2심 모두 승소해 현재 대법원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정연주 전 사장은 22일 한겨레의 인터넷방송인 하니TV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에 출연해 "채우지 못한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법원 무죄 판결의) 원칙과 정신을 받들어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이유로 인해 자리를 잃은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등 모두가 원상복귀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되돌아가는 첫번째 조치"라고 주장했다.

강제로 해임됐던 2008년 8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사실 그때 촛불시민들과 함께 저항하면서 사장실에 끝까지 버티고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는 KBS 내부가 굉장히 분열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나를 쫓아내려는 수구 노조가 있었고, 현재 새 노조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젊은 기자 PD들이 강제 해임을 반대하고 있었는데 그 분열상이 굉장히 가슴 아팠다. 나까지 퇴출 저지 투쟁에 나서면 내부 분열이 더욱 극심해졌을 텐데, 그걸 감당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며 "조직을 위해서 끝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 직후,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으나 최 위원장은 '책임지는 것과 나의 사퇴는 별개의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정 전 사장은 최시중 위원장과 관련해 "나이 드셔가지고 무슨 영광을 더 보겠다고..."라며 연민을 드러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정 전 사장은 동아일보 선배인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해 3월 17일 인사청문회에서 울먹거리며 "일부 언론에서 (나를) 언론자유 억압의 당사자라고 비방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독재정권에 항거해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당시 최시중 위원장은 (투쟁의) 근방에 얼씬도 안했다"고 꼬집었다.

"독재정권 당시 언론자유 투쟁을 했다면 75년 봄 동아일보 대량해직사태를 의미할 텐데 최시중 위원장은 (투쟁현장에) 얼씬도 안했다. 언론자유 투쟁을 하다가 감옥에 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관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이야기"라며 "구속된 적은 있으나 언론자유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전 사장은 "최시중 위원장은 국회에 나와서 (정연주 사장이 강제 해임됐던 2008년 여름)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과 대학 동기라서 잠깐 만나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정연주 사장에 대한 이야기는 안했다'고 하던데 이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금수 이사장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해들었는데 최시중 위원장이 '정권을 잡았지만 정연주 때문에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며 "어떻게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 나와서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방송사업은 정말 어마어마한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신문 만들듯이 생각하면 안 된다"며 "5년 3개월간 방송사를 직접 운영해본 입장에서 봤을 때 조중동 종편은 종편 뿐만 아니라 신문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종편 개국 후 6개월이 지나면, 광고주들은 구체적 숫자를 놓고 광고 효과를 분석할 것이다. 그런데 그 자료를 토대로 광고주가 '안하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아무리 칼을 들이밀어도 광고를 할 수는 없는 것"며 "광고 효과가 없는데 왜 많은 돈을 들여서 광고를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방송사를 직접 운영해본 입장에서 봤을때, 광고주들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구매력이 높은 2,30대가 주 시청층인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주 시청층이 50대 이상인 프로그램에는 광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러나 종편의 시청층은 80%이상이 50대 이후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전 사장은 "평생동안 언론문제를 가슴에 품고 살아오면서, 수구언론, 조폭언론들이 역사의 심판을 받고 청산되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구언론들이 워낙 강고해서 언제쯤 그런 날이 있을까 했는데, 요즘 시청률 0%대인 종편을 보면 '그냥 꿈만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40년을 살아왔는데, 지금처럼 언론이 어느 한곳으로 쏠린 것을 본 적이 없다. 제도권 언론의 90%가 강자, 자본가, 기득권 세력의 논리에 의한 것"이라며 "강고한 성을 허무는 게 힘들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최근 1,2년 사이 나꼼수로 대표되는 팟캐스트와 SNS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 90%를 압도하고 있다. 이것이 진짜 혁명이고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어준 <나꼼수> 진행자는 "지난해 한국PD연합회 주최 행사에서 'KBS 사장이 바보인가, MBC 사장이 더 바보인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모 MBC 간부가 나를 찾아와 반성문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사장은 "현재 KBS도 그렇고, MBC도 그렇고 7,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 저널리스 훈련을 받고 땡전뉴스를 했던 사람들과 그 후예들이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며 "전형적으로 7~80년대 사고인데 굉장히 유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 내부에는 학도호국단 출신으로 공채가 아닌 특채를 통해 들어온 이들도 있어서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문제제기를 한 적도 있다"며 "(KBS 출신인) 권혁부 현 방통심의위 부위원장도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공화당의 사무처 직원을 하다가 KBS 직원으로 들어온 케이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