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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한국 드라마 제작시스템에 던지는 질문"작가, 스태프를 창작자로 대우해야"…제작참여 인력의 전문성 인정하는 제도적 틀 필요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10.01 09:38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넷플릭스 전세계 TV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CNN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서 드러났던 것과 같은 현상이라며 “정말 끝내준다”고 보도했다.

한국 드라마 제작역량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블룸버그는 “한국 회사가 할리우드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오징어 게임> 8부작에 넷플릭스가 투입한 제작비는 약 2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회당 약 25억 원 수준으로, 회당 제작비 최대 83억 원으로 알려진 ‘왕좌의 게임’에 비하면 가성비가 높은 셈이다.

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를 두고 한국 드라마 제작 업계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드라마 콘텐츠 제작사들이 폭넓은 제작 기회를 얻게 된 동시에 저작권 등 모든 걸 OTT에 내주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방식에 발맞춰 업계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월 30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방송 제작시장 변화와 요소시장의 변화 탐색>에서 한국 드라마 제작 방식의 변화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용석 몽작소 CCO(최고책임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한국의 방송사가 채택하지 않은 작품들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작가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방송사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졌기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분명이 있다”고 밝혔다. 

이용석 책임자는 “지상파방송사들이 CJ ENM에 드라마 주도권을 뺏긴 건 작가를 뺏긴 것도 이유이지만 작가가 법인 회사를 차리고 이를 CJ가 흡수·합병하는 전략을 발 빠르게 취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형태는 글로벌 OTT에 팔려가기 쉽게 구조화됐다는 문제가 있다. 글로벌 OTT가 큰 돈으로 제작사를 한 번에 사고팔기 좋게 패키징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감독 권한 줄어들고 '프로듀서 주도형 기획방식' 강화될 듯

드라마 연출자의 권한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석 책임자가 지난 21년간의 미니시리즈 드라마 제작 추이를 분석한 결과,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소위 A급 작가는 전체 작가의 4.4%에 불과했다. A급 작가를 보유하지 못한 영세 제작사는 전체 제작사 중 78.6%다. 이용석 책임자는 일반 작가를 통한 드라마 기획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작사들은 일반 작가와 일할 경우 ‘프로듀서 주도형 기획방식’을 택한다. 일반 작가와의 기획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전문프로듀서가 드라마 기획에 적극 개입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는 프로듀서 주도형 기획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용석 책임자는 “글로벌 디렉터 조항에 보면, 연출자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연출자는 10주 동안만 편집하고 그 뒤는 프로듀서에게 넘긴다는 등 권한이 통제돼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연출자들은 폭넓은 권한을 행사해왔지만 이젠 제작 비용을 직접 대는 제작사 측의 권한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렬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오징어 게임>을 보면 낯선 작가 이름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A급 작가의 신뢰에 기대 기획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신인 작가들의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신인 작가들이 넷플릭스와 함께해 성공한 사례들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글로벌 OTT 편성에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어디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프로듀서 중심·작가 중심 기획이 어떤 전략을 갖고 움직이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중심으로 드라마가 제작·편성되던 과거와 달리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가 자금조달·기획·제작·유통·IP사업까지 전 과정을 맡는 ‘할리우드식’ 제작 형태로 변화하는 것도 주된 흐름이다. 스튜디오는 우수한 프로듀서와 작가, 감독을 기반으로 직접 혹은 다른 제작사와 협력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종임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객원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의 드라마는 4회분 대본과 주연배우가 결정되면 편성·투자가 이뤄지는데 이런 제작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며 “사전제작 형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가진 성공을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시스템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0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방송 제작 시장 변화와 요소시장의 변화 탐색> 세미나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작가, 방송스태프를 '창작자'로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이 드라마 제작환경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며 “방송사가 창작자를 파트너로 대우하는 문화가 생기지 않으면 한국 드라마 제작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넷플릭스 측은 9월 29일 열린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 행사에서 “지난 5년간 한국의 80개 작품에 770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55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하며 한국 콘텐츠 업계와 같이 성장하고 있다”며 “그 결과 다양한 산업에서 5조 6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고, 일자리 1만 6000개를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넷플릭스 측의 설명대로, 전반적인 제작 스케줄을 관리하는 스케줄러, 사업을 담당하는 고객디렉터, 후반작업을 담당하는 인력 등이 늘어나는 추세로 창작자에 대한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들은 동일작업을 반복하는 인력이 아닌 창작인력이다. 표준계약서도 안 쓰면서 하도급 개념으로 창작인력을 대하면 안 된다”며 “제작 참여 인력들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틀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선 외주제작이란 단어를 쓰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임 교수는 “제작진의 정규직화만이 해답은 아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명확히 규정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 같다”며 해외의 미디어길드 시스템(프리랜서 노동조합)을 모델로 제안했다. 미디어길드 캐나다지부 CMG의 경우 방송사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프리랜서 노동자의 급여와 제작사로서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프리랜서 노동권·저작권 보장과 관련한 사항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작·배포하고 있다.

이 교수는 “더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다시 제작환경에 투자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걸 드라마 업계가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 김미숙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계약서 형태"라며 "현재 구성작가들이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잘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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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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