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에 뒤늦게 합류한 이휘향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서 배우들의 의상과 메이크업이 다소 어둡게 가는 편이지만 송미진 역 이휘향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 않고 홀로 반짝반짝 빛나는 메이크업으로 남다른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달랑 메이크업 하나로 배우가 빛날 수는 없다. 송미진에게는 미실의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무엇보다 천지에 기댈 곳 없는 강기태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현재로서는 유일한 버팀목이기에 그 바람이 빛처럼 보이게끔 할지도 모를 일이다.
드라마가 잘되려면 60분 단위로 큰 사건이 하나씩은 터져줘야 한다. 그 사건을 통해서 강기태는 성장과 성공을 쌓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대립하고 있는 노상택과의 싸움에서 강기태가 쇼 비즈니스의 거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잘 알다시피 노상택은 장철환의 완장을 차고 기고만장하고 있다. 헌데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무시했던 강기태에게 빅토리아 나이트클럽에서 크로스 카운터를 맞고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강기태는 송미진을 찾아가 선불로 당겨 받은 캐라(개런티의 속어)에 맞게 오프닝과 클로징 타임에 계속 무대에 서게 해달라고 한다. 일이 되려면 그런 법이다. 강기태는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이용해 쇼단 비즈니스를 이어가려는 생각이었는데, 송미진은 그것을 셈이 바른 정직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호의를 갖는다. 그리고는 흔쾌히 강기태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런데 이것이 또 다시 노상택의 자존심을 건들고 만다.
노상택 그리고 조태수는 아직 송미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다. 송미진의 뒤에는 중앙정보부 부장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 업소에서 싸움이 벌어지려는 것을 두고볼 업주는 없기도 하다. 일단 강기태가 조태수에게 이길 수는 없겠지만 악바리같은 근성으로 버틸 것이고, 상황은 송미진의 등장으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물론 미실같은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송미진이 사소한 싸움에 중앙정보부를 들먹이지는 않을 것이다. 뒷배를 먼저 들먹이거나 끌어들이려는 쪽은 아마도 노상택이 될 것이다. 그것이 완장 찬 하수인의 습성이다.
송미진의 그 남자는 김재규?
이처럼 강기태가 조금씩 성장함과 동시에 70년대 연예계 뒤에 으르렁거리던 정치의 실상도 조금씩 그 실체를 신랄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50부작인 빛과 그림자가 유신정권의 마지막까지 그려낼지는 모르겠지만 유신정권 실세들의 권력다툼에 대한 묘사가 연예계 뒷이야기만큼이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