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넷플릭스가 만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이 그저 국뽕에 취한 발언이 아님을 최근의 흐름은 잘 보여주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한국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놀이다. 지금처럼 볼 것과 놀 것이 풍성하지 못한 시절에는 다양한 형태의 놀이가 존재했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놀이 문화는 동네 아이들을 하나로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현실에서 만나면 가장 피하고 싶은 존재다. 자동차 회사를 그만둔 뒤 다양한 자영업을 했지만 망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노모가 어렵게 모은 돈을 갈취해 놀음이나 하는 존재를 시청자 입장에서 지지할 수는 없다. 한탕주의에 빠져 사채를 끌어와 수억 원의 빚을 지고, 그 이자를 어머니가 어렵게 번 돈으로 갚는 상태다.

어머니가 모은 통장 속 돈을 빼 사설 경마장으로 향한 그는 돈을 다 날리고 마지막 배팅으로 수백만 원을 얻게 된다. 자신에게도 행운이 찾아왔다며 행복해하는 순간 그동안 피해 다녔던 사채업자들과 마주하며 지독한 일이 이어지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설 경마장에서 스쳐 지나갔던 여인 강새벽(정호연)에게 그나마 딴 돈까지 털린 채 신체포기 각서까지 썼다.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이상한 남자의 제안을 받았다. 딱지치기를 해서 이기면 돈을 주고, 대신 지면 뺨을 한 대 맞으면 된다.

직접 돈을 보여주자 의심은 사라지고, 수십 대의 뺨을 맞아도 돈을 얻게 되는 상황이 기훈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다른 일로도 맞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 자가 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하고, 준비된 차량에 올라타자 가스가 나오며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이상한 운동복을 입은 채,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수많은 침대가 한 공간에 있고, 그렇게 깨어난 자신의 번호는 456번이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그곳에서 456명의 사람들과 깨어난 기훈은 동내 동생도 발견하게 된다.

서울대를 나와 잘나가던 조상우(박해수)가 있었다. 사회에서 낙오된 수많은 이들이 모인 그곳에 서울대 출신의 상우가 와 있는 게 이상한 기훈이었다. 이곳은 과도한 빚을 갚을 수 없어 자포자기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곳이다.

게임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 당황한 그들에게 던져진 미끼는 엄청난 돈이다. 참가한 456명에게 각각 1억이 걸렸다. 최종 승자는 456억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그들에게 주어진 첫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술래가 돌아보기 전에 빠르게 전진해 주어진 시간 내 라인에 들어서면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게임에 많은 이들은 경악할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술래에게 잡힌 이들은 현장에서 바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자신이 온 이곳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닥친 죽음의 공포는 참가자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내 옆의 누군가를 죽이고 다음 단계로 가지 않으면 자신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사회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이 게임에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성별, 인종도 필요 없다. 주최 측에서 정한 게임에서 승리하면 그만이다.

게임을 할수록 경쟁자는 줄어든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그렇게 친숙해질수록 게임이 더욱 두렵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상황 속에서 모든 관계는 두려움으로 바뀐다.

동네에서 제일 잘나가는, 그저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동생 상우의 민낯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그가 행하는 행동은 못나고 한심한 기훈에게도 이상하게 다가올 정도다. 게임에서 낙오되면 죽는다. 죽지 않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이를 희생양 삼아야 하는 이곳은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조폭 출신에 의료사고를 낸 의사, 그리고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온 이들은 죽음이 지배하는 게임을 중단시켰다. 반반으로 나뉜 상황에서 마지막 투표권을 가진 1번 번호를 가진 할아버지가 게임 중단을 선택했다. 그렇게 456억이 걸린 대회는 중단되고 이들은 왔던 곳으로 내보내졌다.

민주적인 방식을 언급하지만 그 안에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병폐 역시 이 드라마에는 잘 녹아들어 있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활용하고 이를 부추겨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존재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이 제도는 모두를 위한 평등처럼 이야기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회로 돌아와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그들에게 이전 삶은 무의미했다. 90%가 넘는 이들이 다시 게임에 참여했고, 그들의 게임은 더욱 잔인하게 이어질 뿐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형 실종으로 혼란스러워하던 형사가 기훈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은밀하게 그 안으로 들어오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흥미롭다. 과거 대한민국의 어린아이들이 즐겨 했던 추억의 게임을 소환한 것은 신의 한 수다. 이 과정에서 죽음이 일상이 되는 잔혹한 상황이 등장하는 것은 의외이지만 말이다.

456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금은 인간성을 사라지게 만든다. 친한 친구, 혹은 부부마저도 상대를 죽이도록 만드니 말이다. 구슬치기에서 이 드라마의 잔혹함은 극대화된다. 그동안 이어진 게임의 흐름 상 친한 이들과 편을 짜고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각했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구슬을 어느 한쪽이 가지면 승리한다는 조건이다.

죽음의 사선을 넘나들며 친해진 이들이 서로를 죽이도록 만드는 게임은 잔인할 수밖에 없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이 지독한 게임의 룰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기준이 되어버린 돈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이 이야기는 열린 형식으로 마무리되었다.

어느 순간 세상에서 사라져도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을 인간으로 몰락한 기훈을 응원하긴 어렵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런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생각해보면 섬뜩하게도 나 자신이 기훈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의 존엄을 외치던 기훈을 통해 감독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의외의 등장인물들, 이병헌과 공유로 인해 <오징어 게임>은 시즌 2가 본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그만큼 게임 자체에 방점을 찍었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여섯 가지의 게임을 통해 적자생존의 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오징어 게임>은 축소된 현실이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후 돈을 가진 자들은 세상 역시 가진 존재가 되었다.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돈은 그렇게 기괴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죽음을 게임으로 만들어 쾌락을 탐하는 그들의 모습은 몰락 직전의 로마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향락과 쾌락을 위해서는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그 가진 자들의 패악질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는 노력 자체를 방해하는 갑들은 을들끼리 싸우도록 강제한다. 집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벌고 있는 갑들은 을들을 부추겨 분노를 유발한다. 꾸준한 요구가 없으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쥔 자들은 너희들도 투기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부추긴다.

이 드라마는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세계인들이 즐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이란 한국에서 유행했던 과거의 전통 놀이다. 이를 공감하고 즐긴 것은 아닐 것이다.

서양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시아 권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취향의 문제일 수는 있지만 아시아 전역과 중동까지 한국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음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미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아무래도 미국 시장이 가장 거대하다는 점에서 이 지표는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나 동구 유럽에서 의외로 낮은 4위 권인 점을 제외하면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현재 <오징어 게임>을 보고 있다.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보는 것과 보고 난 후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평론가들의 평점을 모아놓은 로튼 토마토에서는 100점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평단과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표절을 언급하기도 하다. 가까운 일본에 유사한 형식의 드라마나 영화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이 처음 만들어낸 구도도 아니다. 오래전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던 형식이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을 게임에 참가시키고, 이를 실시간 중계로 보면서 베팅을 하는 죽음의 게임이라는 형식은 뿌리를 찾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형식이고, 수없이 변주되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어느 특정 작품을 표절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현실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풍자한 <오징어 게임>은 보편적인 관심사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기생충>이 그랬듯, 이 작품 역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제만으로 이런 큰 인기를 끌 수는 없다. 모두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고 작품들을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들이 <오징어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한국적 정서와 감성, 그리고 문화와 가치가 투영된 작품을 세계인들이 즐긴다는 것은 우리 대중문화가 이제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세계화라는 것도 이상할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대중문화를 과거와 달리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D.P>에서도 증명되었듯,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군대 문화마저 소비가 가능해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정재와 이병헌, 공유까지 등장한 <오징어 게임>은 후속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론 실패했다면, 카메오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정도 인기라면 후속작을 생각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익숙함이 주는 재미는 흥미로우면서도 실망스럽기도 하다.

9부작으로 준비되었지만 긴장감이 꾸준하게 유지되지 않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이 던지는 화두는 분명 중요하다. 갑들이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는 행태는 그저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돈이 지배하는 시대, 누구라도 그 게임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오징어 게임>은 잔인한 방식으로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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