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6일 오후 대전 대덕구 대전시당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돈 봉투 파문이 민주통합당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똥을 당긴 당사자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다. 지난 6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비해 떨어졌다고 하지만 말의 영향력에 있어 유시민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지난 6일 발언 이후 유시민 공동대표의 입은 단박에 주목을 받으며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는 중이다. 또한 쏠린 시선을 침묵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그는 금품 살포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시민 공동대표의 발언을 출발점으로 돈 봉투 파문에 민주통합당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한 달도 채 안 된 지난해 12월 전당대회 예비경선 때 돈 봉투가 돌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민주당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때마침 민주당은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 중이다. 유시민 공동대표의 발언이 과거를 가리키고 있지만 파장은 현재에서 일어나고 있다. 물론 현재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돈 봉투가 전혀 돌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시민 공동대표의 발언이 다른 당에 대한 경계의 의미로 읽히기는 어렵다. 경계와 비방, 의혹제기는 구분해야 한다.

또한 유시민 공동대표의 발언은 민주통합당도 한나라당과 동일한 속사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9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전당대회의 비리 수준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비난할 뿐 자신들의 일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한나라당보다 더 부패한 세력임을 스스로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유시민 공동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마치 포클레인과 삽이 동일한 것으로 치부되는 양상이다. 용도는 같을지 몰라도 용량에선 비교가 안 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언론을 통해 동일시 과정을 거치는 데 유시민 공동대표가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당대회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금품 살포를 경험, 목격했다는 유시민 대표의 발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 대표는 1.5선쯤 되는 국회의원 출신이다. 자신이 후보인 국회의원 선거는 세 번 정도 치렀다. 그는 16대 국회 때인 2003년 4.24재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그 당시 그 유명한 ‘백바지’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유시민 의원은 백바지 차림으로 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본회의장 발언대에 올랐다. 그러나 유 의원의 선서는 그날 이루어지지 못했다. “저게 뭐야! 당장 밖으로 나가!”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나!” 의석에서는 의원들이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질렀고, 결국 유시민은 다음 날에야 정장차림으로 선서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유시민 공동대표는 임기 4년을 채우는 17대 국회를 보냈으며 18대 총선에서 대구에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0.5선을 가능하게 한 2003년 4.24재선거 과정에 대해 유시민 대표는 기억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후보 측이 보인 행태에 대해 당시 한 유권자는 반감을 갖고 자신의 야권성향을 버렸다. ‘그 놈이나 저놈이나’라는 얘기다. 한 개인의 판단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그 유권자는 돈 봉투를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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