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전면 개작에 가까운 수정을 가했지만 오히려 시청률은 더 내려가고 말았다. 지난 29일 방영분에 비해 무려 1.4%가 하락해 4.5%를 기록했다. 워낙 낮았던 시청률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폭락이다. 그러나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전면 수정 후 첫 게스트가 주병진 콘서트에 실망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 사람이기 때문이다. 종편의 몰락이 다른 이유 때문이겠는가.

한 인터뷰를 통해서 전두환, 강용석 등을 초대하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이 큰 화근이었다. 이 한 마디가 주병진에 대한 많은 기대와 기다림을 버리게 된 동기가 됐다. 급기야 강용석은 녹화했다가 방영을 포기해야 했고, 이후 포맷 전체를 바꾸는 데 이르렀다. 몇 가지 코너를 만들어 개그맨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물량도 갖췄다. 그러나 그 첫 게스트가 한나라당 최연소 비상대책위원 이준석이라는 것이 또 문제였다.

힐링캠프에 박근혜가 나온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딸이었다는 점과 이후 정치활동을 통해 어쨌든 인지도가 쌓인 상태이지만 이준석은 이제 갓 정치계에 등장한 사람이다. 그것도 선거를 통해 뽑힌 사람도 아니다. 나이가 젊다고 의식까지 그런 것은 아니어서 이준석의 과거 트위터 발언은 고령의 수구 정치인과 다를 바 없음을 인식하게 했다.

물론 이준석이 출연한 핫피플은 바뀐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첫 번째 게스트가 이준석이 아니었다면 이후 달라진 참신한 코너들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개그맨 이병진과 함께 하는 붉은 소파는 영하 11도의 날씨에 한강다리에 놓여졌다. 난방기구 하나 없는 맹렬한 추위 속에서 두 MC는 하염없이 지나는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행인을 만나면 잠시 짧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코너는 독일 사진작가 호르스트 바커바르트의 붉은 소파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친구가 버리려던 소파를 얻어 뉴욕 소호거리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앉게 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해서 점차 정치인, 스타, 노숙자 등으로 규모가 커져갔다. 이 프로젝트가 이토록 성공한 것은 일상과 사소함의 미학에서 얻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대본에 의해서 단조롭게 진행됐던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게는 꼭 들어맞는 처방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토크쇼의 혁명과도 같은 과감하고도 신선한 시도임에 분명했다. 비록 짧은 시간들이고 웃음을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말들은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다른 어떤 기획보다도 이 붉은 소파 코너는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다만 그날의 분위기를 정해줄 핫피플을 잘못 선택한 것이 대수술을 거친 주병진 토크 콘서트를 더 휘청거리게 했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진짜 바꿔야 할 것은 주병진의 마인드다. 그리고 기왕에 붉은 소파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면 이번 주부터 시작한 PD수첩도 앞으로 3주간 빼놓지 않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2년의 민초들은 어떤 어려움, 어떤 공포를 안고 새해를 시작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속마음이야 보수정치인들에게 더 가깝더라도 그 색깔을 속으로 감춰야 할 것이다. 웃음을 마다할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전두환을 통해서까지 웃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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