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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법의 시계는 2011년에서 멈췄다[시론]2012년 미디어 다양성의 시계는 멈추지 않아야
안현우 기자 | 승인 2012.01.02 13:21

방송광고판매대행법안(미디어렙법안)의 시간은 2011년에서 멈췄다. 현재 시각은 2011년 12월 33일 쯤 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의 미디어렙법안 논의는 해를 넘겨 진행됐지만 입법화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미디어렙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오는 5일 문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미디어렙 입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를 끝으로 사실상 정치권과 국회는 올 4월 총선으로 가는 긴 여정에 돌입했다. 오는 5일 예정된 문방위 전체회의와 이후 국회 본회의가 제대로 열릴지는 안개 속이다.

지난 1일 오전 1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안은 현재의 정치 지형이 허락한 최선의 안이다. 민주당이 ‘1렙, 2개 종편 참여’라는 안을 끝까지 쥐고 갔으나 역부족이었다. 혹자는 법안심사소위 통과 안을 두고 민주당이 오는 4월 총선 후 다수당이 돼 처리하는 게 옳았다고 아직까지 고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렙법을 제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그 이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조준상 사무총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향해 연내 입법을 촉구하며 “생매장만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디어렙 입법이 절박하다는 사실은 오히려 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안이 증명하고 있다. 이날 법안심소위에서 통과된 미디어렙법안 부칙 2조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에 관한 경과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바로 2012년 1월부터 방송광고영업을 선언한 SBS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경과조치다. 이는 SBS미디어홀딩스와 자회사인 SBS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일종의 특혜로 미디어렙법안과 관련 시행령이 제정되기 전까지 SBS의 무허가 광고 직접 영업을 용인한다는 내용이다.

미디어렙 입법 불발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우선은 MBC와 SBS의 직접 영업을 꼽을 수 있다. 종편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직접 영업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미디어렙 법을 제정하더라도 이들의 직접 영업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현재의 미디어렙 법안이 밝히고 있다. 현재의 미디어렙법안은 선언만 했을 뿐인 SBS크리에이티브의 무허가 광고 직접 영업을 용인하고 있다. 물론 SBS의 로비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미디어렙법안을 만들어 직접 영업 중인 MBC, SBS, 그리고 종편을 법안에 묶어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밖에 안 된다. 법적 공백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시장을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세상이다. 방송사업자가 이미 광고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미디어렙은 사후약방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아니면 무늬만 미디어렙법안이든지.

어떤이는 이번 미디어렙법안을 두고 완벽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수준의 규제 측면에서 말한 내용이다. 미디어렙법안의 기본 목적은 진흥이 아니다.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기대를 못 버리는 KBS가 불만이다. 공영렙으로 지정된 MBC의 불만을 빼놓을 수 없다.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투자할 수 없어 SBS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법에 지상파방송사 사업자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법의 규제 목적에 충실한 것 아닌가.

혹자는 종편이 2년간 방송광고 직접영업을 하게 됐다며 반발할 수도 있겠다 싶다. 굳이 따져보자면 ‘종편이니까’하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미디어렙 논란은 종편이 만든 게 아니다. 종편 이전의 문제로 2008년 헌재 위헌 판결을 출발점으로 한다. 모르긴 몰라도 당시 헌재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 곳은 먼 미래에 종편 사업권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한 당시의 조중동매가 아니다. 당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실체는 아직까지도 명확치 않다. 다만 근원지는 지상파방송사 쪽일 것이라는 추측만 돌고 있는 상황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지만 법은 꼬리를 목표로 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종편 문제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익 때문에 본질을 흐린 세력이 있었다. 진영논리도 어디까지나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익에 복무한다. 

2012년 미디어 다양성의 시계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안현우 기자  adsppw@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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