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 MBC 청룡 이래 LG에는 훌륭한 주전 포수의 명맥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원년에는 주전 김용운과 공격형 포수 유승안이 있었으며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이었던 롯데 심재원이 1985년 김용운과 맞트레이드 되기도 했습니다. 심재원은 1990년 LG 우승 당시 신인 김동수와 번갈아 기용되었는데 마무리 정삼흠과 함께 경기 후반 출장해 ‘세이브 포수’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1990년과 1994년 LG 우승 주전 포수였던 김동수에 대해서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며 2000년대 LG의 주전 포수 조인성 역시 국가 대표에 여러 차례 선발된 훌륭한 포수였습니다.

그러나 FA 협상이 결렬된 조인성이 SK로 이적한 후 LG의 주전 포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되었습니다. 현재 LG에서 내년 시즌 주전 포수로 물망에 오르는 것은 심광호, 김태군, 유강남, 조윤준입니다.

네 명의 포수는 딱히 특정 선수를 주전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나름의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베테랑 심광호는 경험이 풍부하고 안정적이지만 타격과 도루 저지 능력이 취약하며 유강남은 2군 주전 포수였지만 1군 경험이 부족하고 조윤준은 프로 경험이 전무한 신인입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20대 포수 중 가장 앞서는 김태군이 1군 주전 포수를 꿰찰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8년 LG에 입단한 김태군은 2009년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주전 포수였던 조인성이 경기 중 심수창과 언쟁을 벌인 후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2009년 54경기에 출장해 108타석을 소화하며 0.250의 타율을 기록한 김태군은 포수로서 가장 중요한 인사이드 워크에서는 약점이 없지 않았지만 신인급 선수치고는 무난했고 특히 공격적인 투수 리드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조인성이 2010 시즌 28홈런 107타점을 달성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자 김태군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1 시즌 조인성이 시즌 후반 부상과 체력 고갈로 부진에 빠졌지만 김태군이 치고 올라오지는 못했습니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에 대처하는 능력은 다소 나아졌지만 포수로서 도루 저지 능력 부족이라는 약점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LG 김정민 배터리 코치가 ‘거품’이라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4년 간 김태군의 기량 발전은 더뎠습니다.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 원점에서부터 경쟁해야 하는 김태군의 롤 모델은 지난 시즌까지 LG의 주전 포수였던 조인성보다는 롯데 강민호에 가깝습니다. 조인성은 1998년 1차 지명으로 4억 2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으며 입단과 동시에 엄청난 기대를 모은 대졸 신인이었지만 강민호는 2004년 2차 3라운드 17순위로 9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입단한 고졸 신인이었습니다.

계약금과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강민호는 큰 기대를 받는 포수는 아니었습니다. 롯데에는 1999년부터 주전 포수로 자리를 굳힌 최기문과 거포 유망주 포수 최준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최기문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최준석이 포수를 포기한 뒤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면서 얻은 기회를 강민호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후 강민호는 착실히 성장해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어 금메달 획득과 함께 병역 특례 혜택을 받으며 국내 프로야구의 20대 포수 중 군계일학이 되었습니다. 2년 뒤 FA 자격을 얻는 강민호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입단 당시 강민호가 이처럼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김태군 역시 강민호와 마찬가지로 고졸 출신이며 2차 3라운드 17순위라는 지명 순위도 완전히 동일합니다. 계약금도 8천만 원으로 강민호의 9천만 원과 비슷합니다. 주전 포수의 이탈로 인해 주어진 기회라는 상황 또한 마찬가지이며 상대 타자와 승부할 때 공격적인 몸 쪽 승부를 즐기며 성격이 낙천적이며 활달하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내년 시즌 LG의 최대 약점은 조인성이 떠난 포수라는 것이 일반론입니다. 하지만 김태군이 성장해 주전 포수를 차지하며 누수를 최소화한다면 LG의 내년 시즌도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2009년부터 3년 간 사용해온 등번호 62번을 버리고 42번으로 바꾸며 심기일전한 김태군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