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식커플 채윤과 소이의 존재감을 훌쩍 넘어버린 이도와 무휼의 야릇한 관계는 뿌리깊은 나무 방영 내내 화제였고, 의외의 흥행카드였다. 결국 SBS 연기대상에 베스트커플 후보로 올랐고, 시상이 강력하게 예상되기도 할 정도다. 도휼(이도무휼)커플의 주된 역할은 깨소금 같은 코미디였다. 연출한 장태유 PD가 다큐멘터리 같은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되는데, 그 번민의 주인공 세종과 벌이는 코미디가 분위기 반전의 즐거움을 주었다.

도휼커플에서 무휼의 역할은 주로 놀림 당하거나 그래서 삐치는 것이었다. 못된 임금 세종의 악취미는 심복들을 골려먹는 것이다. 집현전 대제학 정인지는 물론이고 궁녀 덕금은 오금이 정도로 당하기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악취미가 아니라 세종은 자기 사람이라는 표식으로 상대를 놀리는 것이다. 밀본과의 치열한 대치에 적극 개입한 조말생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당했지만 그것은 세종 캠프에 들어온 신고식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세종의 단골 놀림감은 내금위장 무휼이었다. 무휼은 스토리 전개에 특별히 개입할 일이 없었지만 가끔씩 터져주는 이도와의 잔잔한 코미디만으로도 주연 쌈 싸먹을 존재감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무휼이 코미디 전담이었던 것도 아니다. 때로는 조선제일무사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하기도 했다. 분량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었지만 무휼 조진웅은 주연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 무휼 조진웅의 인기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인기비결 1 무사의 우직함

제작진이 꼽은 명장면 1위에 꼽힌 젊은 이도 송중기의 일갈 “왕을 참칭하지 마라”는 뿌리깊은 나무의 초기 인기몰이에 지대한 공헌을 한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로 송중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는데, 그 장면의 극적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킨 것이 있었는데 바로 조진웅이었다. 자기 아비이자 상왕인 태종을 베라고 지시하는 젊은 이도의 명에 내금위장 무휼은 아주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인지 체념인지 모를 야릇한 표정을 감추며 검을 뽑아들었다.

“무사 무휼 한 치의 실수 없이 명을 수행하겠나이다”라는 외침도 잊지 않았다. 이 짧은 대사에 무휼의 정체성이 모두 담겨 있다. 무휼은 내금위장이 아닌 무사임을 강조했다. 만일 그 자리에서 무휼이 무사가 아닌 신하로서 두 왕을 설득하려 했다면 명장면도 실패하고, 똘복이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 없는 다소 우직한 무사의 길을 선택한 무휼. 그 모습은 시청자들이 닥빙(닥치고 빙의)되는 세종의 가장 믿음직한 존재라는 점에서 호감의 급물살이 무휼에게 흘렀다.

인기비결 2 귀염을 부르는 앙탈

도휼커플 코미디의 참맛은 반전에 있다. 살얼음을 걷는 위태로운 정국의 중심에 선 세종의 마음은 지옥이었다. 자기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심지어 아들까지도 희생당하는 상황에서 세종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잔뜩 긴장된 분위기를 도휼커플의 짧은 코미디는 나른한 이완감을 주어 심장이 간질거리는 묘한 만족감을 주었다. 그런데 그런 세종의 파격을 받아주는 무휼의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급기야 투기하는 여인네 취급하지 말라는 앙탈을 부리게 된 조선제일검 무휼은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그것도 무릎에 두 손 가지런히 모아 마치 궁녀 같은 자태로 말이다. 그야말로 내금위장을 참칭한 왕의 남자답다. 농치는 세종과 앙탈하는 무휼의 조합은 뿌리깊은 나무가 낳은 최대의 파격이었고, 곰 같은 덩치값 못하는 무휼은 급기야 조선제일검에서 귀요미가 되어버렸다.

조진웅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뚱뚱했던 그의 몸을 날렵하게 만든 체중감량 덕이 컸다. 그리고 한석규의 꿀목소리에 버금갈 조진웅의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도 큰 몫을 했다. 그렇게 우직한 무사와 앙탈하는 여인네 같은 이중적 매력을 가진 무휼은 역할 대비 뿌리깊은 나무 최고의 효과를 본 캐릭터가 됐다. 그것은 곧 조진웅이 뿌리깊은 나무 최대수혜자 대열에 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뿌리깊은 나무는 모두 끝났다. 그렇지만 그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한석규를 다시 드라마에서 보게 될지도 궁금하고, 조진웅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등장할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제 주연으로서 흥행이 가능해진 배우의 기대감이 뿌리깊은 나무가 조진웅에게 준 훈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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