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은 전통적인 스타들보다 늦깎이 스타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의 약진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11일 가장 권위 있는 골든글러브 주인공들이 확정되며 2011 한국 프로야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각 분야 최고수를 뽑는 시상식의 주인공은 윤석민이 아닌 이대수였습니다.

이대수의 눈물,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의 기쁨이 반갑다

한 시즌을 보내고 나서 방출되는 선수들과 조용히 은퇴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각종 시상식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누구나 시상식에 서고 싶지만 그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최고 중의 최고가 아니면 차지할 수 없는 그 시상식에는 다양한 사연과 눈물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선수들 중 의외로 첫 번째 수상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2011 시즌은 무척이나 긍정적이었습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늦깎이 스타들의 수상은 반갑기만 합니다.

윤석민이 투수 4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맞이했지만 그도 항상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절대 강자로 평가받지는 못했습니다. 데뷔와 함께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오른 류현진이라는 절대 강자가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상 2인자일 수밖에 없었던 윤석민의 약진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이 부상 등으로 정상 등판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윤석민이 보여준 실력은 정상 컨디션에서 대결했다고 해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윤석민의 올 시즌 성적은 충분히 대단했으니 말입니다. 절대강자를 누르고 투수 부분 최고 자리에 오른 윤석민은 모두가 알고 있듯 고교시절에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던 선수였습니다. 그런 그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한 팀의 에이스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해왔을 것인지를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겠지요.

지명대타 골든 글러브를 4년 연속 차지한 홍성흔 역시 대단한 존재입니다. 한 팀의 안방마님으로서 최고의 존재감이었던 그는 나이가 들어 퇴물 취급을 받고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되자 과감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프랜차이즈 선수로 사랑받았던 그가 롯데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며 포수가 아닌 외야수로 그리고 지명타자로서 새롭게 자리잡으며 최고로 우뚝 솟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방출 혹은 본의 아닌 이적이 시련과 마지막이라는 불안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홍성흔처럼 항상 긍정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면 제 2의 전성기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몸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의 4년 연속 DH상 수상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성의 우승을 이끈 4번 타자 최형우. 한때 실력이 없다며 삼성에서 방출당하고 깊은 시련을 겪어야 했던 선수. 그렇다고 야구에서 완전히 떠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 야구단에 들어가 새로운 인생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였습니다. 삼성에서 방출당하고 상무 야구단에도 떨어진 그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마침 새롭게 창단한 경찰청 야구단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셈입니다.

포수 출신에서 외야수로 변신해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매년 성장하는 4번 타자가 된 최형우는 입지전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트로피를 세 개나 받은 삼성에 올 시즌 최형우가 없었다면 결과적으로 우승 트로피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3할 타율/30 홈런/100 타점 이상을 쳐내며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준 그는 절대강자 이대호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일본으로 향하는 그와의 마지막 시즌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승엽까지 가세한 삼성에서 최형우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게 되었고 이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어엿한 4번 타자로 성장한 모습은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첫 골든글러브를 받은 2루수 안치홍과 외야수 손아섭은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예비 슈퍼스타들입니다. 이대호가 빠진 롯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손아섭은 악바리라는 주변의 이야기처럼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대호가 빠진 롯데에서 프랜차이즈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손아섭의 존재감은 2012 시즌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치열한 대결을 보인 내야수 부분에서 2루수 골든 글러브를 처음 수상한 안치홍은 명가 재건을 준비하는 기아에 중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인급인 그가 멋지게 성장해준다면 기아로서는 세대교체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꿈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보다는 2012 시즌 새로운 인물이 더욱 많은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기아로서는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주던 안치홍의 수상 소식이 고무적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새로운 얼굴이 6명이나 되었던 이번 골든 글러브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수상자이자 올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보인 MVP 수상자 윤석민이 아니었습니다. 신고 선수로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야 했던 이대수는 프로선수로 데뷔한 SK에서 한화로 건너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그는 첫 3할 타율을 올리며 대망의 골든 글러브 유격수 부분 수상자로 결정되었습니다.

"10년 전 시상식에서 생각했던 꿈을 이 자리에서 이뤘다. 오늘 이후로 더 높은 꿈을 향해 도전하겠다. 이 자리에 부모님이 오셨다. 그동안 나를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오늘만큼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수상자로 호명되어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보인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한 것은, 그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현재의 모습까지 성장했다는 점에 대한 감사일 것입니다. 신고 선수로서 주전 자리를 잡기 힘든 상황, 원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새로운 야구 선수로서 삶을 시작해야만 했던 그가 적응하고 주전 유격수로 자리하기에는 결코 쉽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더욱 유격수 자리는 언제나 치열했기에 그의 수상은 더욱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유격수 자리엔 쟁쟁한 후보들이 즐비했으니 말입니다. 우승팀의 유격수 김상수는 우승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가장 유력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비 실책이 많았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김선빈의 경우 부상으로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졌다는 점이 약점이 되었습니다. 넥센 부동의 4번 타자인(이어야 하는) 강정호 역시 당당한 경쟁자였지만 이대수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대수의 수상이 아름답고 눈물겨웠던 것은 이 상을 받기 위해 10년 이상을 꾸준하게 한눈팔지 않고 노력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고 선수라는 명확한 한계. 그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한계를 넘어 한 팀의 주전이 되고 최고의 영예를 얻기까지 얼마나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을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예상 가능한 힘겨움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2011 시즌 골든 글러브에 새로운 얼굴만 여섯 명이라는 이야기는 고무적입니다. 언제나 받는 이들의 익숙한 잔치가 아니라 이렇듯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인 향상과 함께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년 시즌 골든 글러브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올 시즌보다 더욱 치열해질 2012 시즌은 또 다른 스타들이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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