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최된 2011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LG는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LG는 3명의 골든 글러브 후보를 배출했는데 그 중 외야수 부문에서 이병규의 수상이 유력시되었기에 수상 실패는 충격적입니다.

개인 기록만 놓고 보면 0.338로 타율 3위, 164개로 최다 안타 2위를 기록한 이병규를 넘어서는 외야수는 홈런 및 타점왕을 차지한 삼성 최형우밖에 없습니다. 만 37세의 팀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외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 이병규의 팀 공헌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병규는 최형우는 물론이고 롯데 손아섭과 KIA 이용규에게도 밀리며 수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득표수에서도 롯데 전준우에 밀리며 5위에 그쳤습니다. ‘(자신이) 수상하지 못할까봐 예비 신부를 데려오지 않았다’는 이용규의 발언은 이병규의 수상을 사전에 예상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시즌 중에도 골든 글러브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바 있으며 수상을 확신하며 두 아들을 비롯해 온 가족을 대동한 이병규는 시상식장에서 머쓱해지고 말았습니다.

▲ LG 이병규 ⓒ연합뉴스
개인 기록에서는 밀리지 않는 이병규의 수상 실패는 역시 팀 성적을 골든 글러브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여기는 기자단의 투표 행태와 KBO의 수상자 선정 방식이 매년 반복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에 작년 골든 글러브 시상식 이후 ‘팬만도 못한 프로야구 기자들(바로 가기)’과 ‘엿가락 골든 글러브, KBO 책임져야(바로 가기)’에서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LG의 팀 성적은 거론하기 창피할 정도로 형편없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6월 중순 이후 추락을 거듭한 LG는 차마 프로야구단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경기를 반복했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LG가 시즌 막판까지 4위 싸움을 했다면 이병규의 수상 가능성은 매우 높았을 것입니다.

프로야구의 개인상 시상에는 야구단 프런트의 ‘능력’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지난 11월 MVP 시상식을 둘러싸고 오승환이 최형우를 위해 후보에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은 유력한 후보 KIA 윤석민에 맞서 삼성 선수들의 표가 분산되지 않도록 삼성 프런트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즉 오승환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삼성 프런트의 의중이 반영된 행동이었다는 것입니다. 기자단 투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 역풍을 맞기는 했지만 소속 선수의 개인상 수상을 위해 음과 양으로 다양한 ‘로비’를 하는 것은 야구단 프런트의 기본 업무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 프로야구 골든글러브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앞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기아 안치홍, 이용규, 롯데 홍성흔, 한화 이대수, 롯데 손아섭, SK 최정, 롯데 이대호, 기아 윤석민, 롯데 강민호, 삼성 최형우. ⓒ연합뉴스
하지만 LG 프런트는 과연 이병규의 골든 글러브 수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함께 후보에 오른 박용택과 정성훈의 수상 가능성이 희박했기에 이병규의 수상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수상은커녕 5위에 그쳤습니다. 한화 프런트가 유격수 부문 골든 글러브 후보에 오른 이대수의 한정판 USB까지 제작하며 총력을 기울여 포스트 시즌 탈락팀 중에 유일한 골든 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는 비교됩니다. LG 프런트는 이병규의 골든 글러브 수상을 당연시하고 방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LG 프런트의 최근 행보는 끝없는 무능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김기태 감독 선임과 쌍둥이 마당 폐쇄, 프런트 전횡에 관한 언론 보도, FA 3인 계약 실패에도 모자라 보상 선수 윤지웅의 군 입대 연기 의사를 타진해 물의를 빚더니 (일부에서는 윤지웅의 군 입대 연기 의사 타진이 이슈화된 것 자체가 침소봉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군 입대가 결정된 선수에게 취소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프런트의 조급증과 근시안을 여실히 반영한 것입니다.) 유력한 골든 글러브 후보 이병규마저 고배를 마시게 한 것은 어이가 없습니다.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와 스토브 리그에서의 잇따른 잡음으로 인해 프로야구 기자들도 LG에 등을 돌린 듯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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