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는 야생이다. 서바이벌이라는 단어가 유행이 된 요즘 버라이어티지만 정글의 법칙 말고는 모두 말만의 서바이벌이고, 재미의 서바이벌일 뿐이다. 정글의 법칙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만 서바이벌이다. 이 문장의 주어는 김병만이다. 김병만족만이 진짜에 근접한 생존의 서바이벌을 하고 있고, 예능의 재능은 유재석, 강호동을 따라잡지는 못해도 김병만은 이곳에서 그 누구도 못할 생존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글의 법칙 시즌1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하늘에서 내려 봤을 때 브로콜리 밭으로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정글의 풍경은 티비 화면을 무척이나 좁게 만들었다. 정글의 법칙을 볼 때면 큰 화면에 대한 욕구가 불쑥불쑥 치밀게 된다. 그만큼 카메라가 와이드샷을 뽑을 때마다 경탄이 터지게 된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야 감탄만 하면 그만이지만 정작 그 화면 안의 김병만 족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그래서 정글의 법칙을 보면 부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아무리 카메라가 사람에게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케 하는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글의 법칙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도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이 프로그램을 예능이라고 불러도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떨칠 수 없다. 김병만은 아주 웃기는 개그맨은 아니다. 간혹 웃기는 때도 있지만 그냥 야생이 아닌 극한의 야생에서 웃음까지 요구하기는 잔인한 일이다. 또한 웃기지 않아도 정글의 법칙에 대한 몰입도는 매우 높다.

게다가 이번에는 여자 연예인까지 가담했다. 분명 남자들끼리의 그림보다는 흐뭇하다. 그러나 걱정이다. 오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카메라 안에서만 소리를 질러주면 충분하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은 그것을 허용치 않기에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태미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어쨌든 알레르기 때문에 하룻밤 만에 일정을 포기하고 돌아간 김광규와 달리 태미가 잘 버티는 것 같아 앞으로의 활약이 적잖이 기대가 된다. 게다가 똘똘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프랑스 수도도 모르는 희대의 백지 캐릭터의 기대(?)도 된다.

이번에 김병만 족이 찾아간 곳은 파푸아. 지구상에서 아마존 다음으로 큰 열대우림지역이다. 1년 내내 덥고 습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스콜이 쏟아지는 혹독한 환경이다. 이곳에 신석기 문명으로 살아가는 코로와이 부족을 찾아간다. 본격적으로 정글을 들어가기 전에 제작진은 우선 정글 외곽 지역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해 일단 적응기를 갖게 했다. 김병만과 리키 김은 아프리카 경험이 있지만 나머지 김광규, 조우진, 태미 등은 곧바로 정글로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충, 독풀 그리고 스콜 등 파푸아 3대 위험요소 중 해충 피해를 입어 온몸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김광규는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여 아쉽게도 도전을 포기하고 하루 만에 귀국길에 나서야 했다. 아프리카는 도전 때는 건기여서 어쨌든 밤에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었지만 파푸아는 밤이라고 얌전치 못했다. 결국 동행한 팀닥터는 김광규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판단 촬영을 포기하게 됐다. 파푸아 도착까지 이동만 이틀 넘게 고생한 김광규가 비록 하루였지만 재미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본인에게도, 시청하는 입장에서 대단히 아쉬운 순간이었다.

정글이 법칙은 예능을 빙자한 다큐멘터리다. 이경규가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고 했듯이 정글의 법칙은 한국의 예능이 어쨌든 한 단계 진보된 과감한 도전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김병만이라는 개그맨이 존재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다른 누가 해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김병만이 성공했기에 이제는 다른 누가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을 통해서 생존의 리더십으로 예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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