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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사 "범죄 옹호하는 조선일보"임재성 "삼권분립을 똥물에 빠뜨린 범죄 찬양해선 안돼"…양상훈 "현 정권이 '사법 농단' 모자 씌웠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6.17 15:10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임재성 변호사가 한겨레 지면을 빌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칼럼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17일 한겨레 칼럼 <범죄를 옹호하는 조선일보>에서 “진보든 보수든 강제동원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든 범죄를 옹호할 수는 없다”며 “삼권분립과 재판의 공정성이라는 법치주의의 핵심 가치를 똥물에 빠뜨린 범죄를 찬양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는 그걸 했다”고 지적했다.

17일자 한겨레 칼럼과 10일자 조선일보 칼럼

지난 7일 1심 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각하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협정권으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된 건 아니지만 개인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제한된다’고 했다. 이는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각 1억 원씩 지급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은 판결이었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10일 <이제 우리도 일본에 돈 달라는 요구 그만하자> 칼럼에서 2018년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대법원 판결은 “한일관계 파탄의 시발점이 됐다”며 “이 판결 때문에 외교부와 대법원이 소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에서도 외교가 걸린 판결에선 이런 과정이 흔히 있다. 현 정권은 여기에 ‘사법 농단’이라는 모자를 씌웠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고초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양 주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박근혜 정부 당시 외교부와 대법원이 소통한 건 범죄이며 범죄를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법원행정처에 정부 부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해 외교부가 강제동원 사건에 의견서를 내면 이를 계기로 판결을 뒤집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이러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직권남용죄'이고,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대리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에게 재판 기밀사항을 누설한 건 '명백한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8년 7월 검찰의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USB에 담긴 자료를 바탕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임 차장, 청와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이 강제동원 재상고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재판 결과를 조정하는 데 공모했다는 혐의가 나타났다. 

당시 임 차장은 김앤장 변호사에게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김앤장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의 검사를 거쳐 재판에 제출했다. 이후 외교부에서 제출한 일본 기업 측에 유리한 의견서 역시 판사들에 의해 사전에 검토·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판사들이 소송의 일방 당사자와 노골적으로 결탁한 희대의 범죄”라며 “조선일보 칼럼이 외교부와 대법원이 ‘소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주요 사실관계들을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 생략, 즉 사실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조선일보 칼럼의 가장 큰 문제로 “범죄를 찬양하는 데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외교가 걸린 판결에선 이런 과정이 흔히 있다”는 내용에 대해 “세상 어느 나라에서 고위 법관들이 소송 일방 당사자를 비밀리에 만나 ‘이런 서면 내라’, ‘이렇게 써라’ 코치하는지 알려달라”고 따졌다. 임 변호사는 조선일보를 향해 “국익을 위해서라면 청와대, 외교부, 법원이 결탁한 범죄라도 가능하다는 거냐”고 물었다.

또한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고초를 당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억울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절차를 사유화한 것에 대한 책임이 고초라면 왜 이렇게 판결이 늦게 나오냐"며 "‘공정한 재판’만을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강제동원 소송원고들이 당한 것의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2012년 대법원의 판결은 재상고심으로 수년간 심리가 지연됐다. 대법원은 이춘식 씨를 포함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고, 서울고법은 2013년 “한 명당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일본 제철이 재상고했고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의 선고는 미뤄졌다.

그 사이 원고였던 피해자 4명 중 3명이 사망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지난달 27일 사법농단 때문에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총 2억 여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임재성 변호사는 해당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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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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