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1.11.30 화 18:51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당신은 읽지 못하는 사람입니까?[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문해력, 단지 입시의 문제일까
김은희 | 승인 2021.06.10 12:28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한글은 익히기 쉬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므로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문맹률 1% 미만의 나라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성인 문해율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문장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해율이 75%에 이른다고 한다. 

실제로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읽을 수는 있지만, 단어의 뜻, 문장의 내용 의미,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사람들-이 많다. 읽을 수 있으나 단어의 뜻을, 문장을 독해하지 못하는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가 생각보다 많다.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을 모르는 단어가 많아 독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는 단어 위주로 문장을 해석해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글을 독해하기도 하고, 문맥의 관계와 숨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문장을 해석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EBS 특별기획 6부작 <당신의 문해력>

내가 근무했던 학원은 독서를 통해 독해력을 키우는 학원이었다. 아이들의 독해력을 파악해 수준에 맞는 책을 읽고 이해 능력을 키웠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책을 읽어내는 능력이 낮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내는 능력이 낮으므로 교과 학습에 필요한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중학생이었던 A가 생각난다. 박씨부인전을 읽은 A에게 혹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냐고 묻자 배시시 웃으며 없다고 말했다. 가까이 가서 조용히 물었더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박색’이 무슨 뜻이에요. 추녀, 소박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한 문장에 뜻을 모르는 단어가 세 단어나 있었다. A가 한 문장에서 아는 단어는 ‘박씨’와 ‘하였다’뿐이었다. 

이는 A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초중고 학생이 겪는 이야기다. 독해력이 없는 아이가 역사 교과서를, 사회 교과서를, 문학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를 바랄 수 없다. 역사, 사회,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는 학생에게 외계어처럼 느껴진다. 역사와 사회 교과서는 어휘 자체 어렵다. 앞뒤 문장으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문맥의 흐름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읽기를, 교과서 읽기를 포기한다. 

이렇게 책도 읽지 않고, 책을 읽지만 뜻을 모르는 아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 연극영화과를 가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을 보았다. 대본 읽으며 연기 연습을 하는데 감정 연기가 되지 않았다. 학생의 문제는 연기가 아니라 대본 독해에 있었다. 학생은 무슨 뜻인지 모르고 대본을 읽었다. 대본은 모르는 단어투성이였고, 무슨 뜻인지 모르는 문장의 연속이었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당연히 몰랐다. 그럼 학생이 읽는 대본에 어려운 단어가 가득한가. 그렇지도 않았다.

이렇게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나오게 된다. 

전기회사에서 경리를 맡은 B가 있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던 B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떨어졌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몇 시간만 공부하고 가도 붙는 시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듯했다. B는 이틀을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보았는데 불합격하였다. 공들인 것이 아까워 그런가보다 싶어 다음에 보면 되지, 쉽게 붙을 거야, 했더니 당분간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을 볼 생각이라고 했다. 문제가 너무 어려워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의아해서 무엇이 어렵더냐고 물으니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좌합류 도로, 편도 3차로, 점멸교차로, 조건 부과기준 중 운전면허 기재 방법 중 등의 문제에 나오는 단어 뜻을 몰라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을 묻고 있는지 모르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이의 손은 잡고 독서 학원을 찾아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어 능력 중에서도 독해 능력이 떨어져 수학과 영어, 학습에 전반적으로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단어 뜻을 잘 몰라요, 라고 말하며 답답해했다. 말끝에 덧붙이는 말이 그래도 책을 좀 읽혔는데, 라고 말하거나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라고 말한다. 

단어를 많이 모르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독서를 하지 않았거나 독서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단어 뜻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단어 뜻을 모른다고 하여도 앞뒤 문장과 내용, 문맥의 흐름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문맥상 흐름으로도 파악되지 않는 단어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반드시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아야 한다- 단어 뜻을 모르겠다는 말은 문맥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다. 독서라고 하여 아무 책이나 읽는 것은 글을 읽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짓을 반복하게 될 확률이 높다. 나에게 맞는 책으로 쉬운 책으로 시작하여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독서 단계를 높여야 한다. 읽기 쉬운 책에 머무르면 어려운 글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핵심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문장과 글에 대한 독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독서 능력에 맞는 책을 선정하여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김은희  postboat22@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1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