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이 완전 망가졌다. 5일 방영된 브레인 7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연성이라고는 없는 무리수의 연발로 이강훈(신하균)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이강훈이 본래 출세욕에 사로잡힌 인물로 설정된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타 대학 조교수 임용마저 거절당한 이후의 행보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무리수의 연속으로 흐름을 완전히 깨고 있다. 7회의 이강훈은 의사도 아닌 막무가내로 물건이나 팔려는 외판원 같은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재학(이성민)의 배신을 눈치 챈 이강훈은 이미 혜성대로 옮길 작정을 했으나 이마저도 결국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미 병원에는 혜성대로 옮길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으니 이강훈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뭔가를 해야 하겠지만 사실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딜레마다. 그 상황에서 이강훈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자기 실력을 혜성대 과장에게 어필하라는 선배의 조언이었다.

이강훈은 본래 고재학을 위해 준비하던 논문을 요약해서 늦은 밤 혜성의대 과장을 찾는다. 그러나 상대는 그런 이강훈을 보면서 “의사가 아니라 정치가나 사업가 같다”는 말을 한다. 자존심 강한 이강훈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고, 혜성대 과장으로서도 확고한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이강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수술복으로 몰래 갈아입고 혜성의대 과장의 수술실로 찾아간 것이다.

그 장면을 보는 시청자들은 속으로 제발 수술 중에 사고가 생기는 일만은 없기를 바랐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술 도중 혈관출혈이 발생하고 곧바로 지병인 당뇨로 인해 수술 중이던 의사가 저혈당으로 쓰러지고 만다. 그러자 이강훈이 집도를 하겠다고 나선다. 설마 하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데도 차마 믿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뇌수술이 아니라 그저 간단한 외상을 치료하는 일이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을 버젓이 범하려는 몰상식한 일이다.

이강훈만 망가뜨린 것이 아니다. 윤지혜도 도매급으로 한심한 인물이 돼버렸다. 이강훈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가 갑자기 위급한 상태에 놓인다. 보고를 받은 이강훈은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지 말고 윤지혜에게 직접 하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레지던트 3년차 윤지혜는 수술도 아닌 시술조차 못한다고 징징대고 있다. 만일 레지던트 3년차가 하지 못하는 걸 시킨 것이라면 이강훈은 의사면허를 취소시켜야 할 자격미달의 의사가 된다.

브레인은 신하균에게 거의 올인하고 있는 드라마다. 그런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이처럼 몰락하게 돼서는 말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이강훈, 윤지혜의 몰락만이 아니다. 의학드라마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남녀주인공 외에도 주변 인물들까지도 러브라인에 밀어 넣고 있다. 수간호사와 의사, 이강훈 동생과 의사 두 명이 그렇다. 도대체 병원이 배경이라는 것 말고 이 드라마가 의학 드라마라는 근거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선악의 기준도 모호하다. 이강훈이 김상철(정진영)의 환자를 넌지시 뺏어온 것은 도덕적이지 못한 것으로 그렸다. 그런데 이강훈이 포기한 환자도 아니고 다음 진료까지 예약된 상황에서 윤지혜가 울고 있는 환자를 보고는 김상철에게 데려가 담당의가 바뀌게 된다. 의도 자체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담당의와 상의하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은 다를 것이 없다. 이강훈이 하면 부도덕이고, 김상철이 하면 인술이 되는 것은 이중 잣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브레인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버렸다. 현재까지 진행으로 봐서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의학의 호기심을 갖기란 불가능해졌다. 뿌려놓은 러브라인 수습하기도 버거워 보일 뿐이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이런 전개에 공감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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