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겨울에만 야구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곤 했습니다. 매년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로 가을에는 야구하지는 못하고 대신 겨울에 스토브 리그가 되어서야 FA, 트레이드, 방출 선수 영입, 신인 계약, 전지훈련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1년 LG는 스토브 리그 최강자로 자부할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페넌트 레이스 종료 시점부터 LG 프런트의 온갖 추문과 무능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박종훈 감독의 자진 사퇴가 결정되면서 9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LG의 신임 감독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장기간의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LG 프런트는 재야의 유능한 감독들을 외면한 채 김기태 수석 코치의 감독 승격을 발표했습니다. 2년 전 김기태 2군 감독의 영입 당시 1군 감독직을 보장받았다는 소문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김기태 감독 임명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김성근, 선동열 등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감독을 바란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LG 프랜차이즈 출신도 아니며 국내에서의 코치 경험도 많지 않은데다 LG 2군 감독 시절에도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것도 없는 초짜 감독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쌍둥이 마당' 폐쇄에 대한 사과문.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없어 진정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실망스러운 감독 인선에 성난 LG 팬들은 LG 트윈스의 공식 홈페이지 ‘쌍둥이 마당’(이하 ‘쌍마’)에 불만과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이에 LG 프런트는 사흘이 넘도록 ‘쌍마’를 폐쇄했습니다. 팬들의 불만과 분노를 소통으로 달래지는 못할망정 입을 틀어막는 비민주적 작태를 자행한 것입니다. 언론까지 나서 ‘쌍마’ 폐쇄의 부당성을 비판하자 슬그머니 다시 열었지만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간단한 사과문만을 남겼을 뿐 원인을 규명하거나 쌍마 폐쇄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설득력 있는 조치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김기태 감독 선임과 쌍마 폐쇄 이후 스포츠 신문 LG 담당 기자에 의해 LG 프런트의 월권과 전횡이 폭로되면서 팬들은 분노를 넘어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LG 프런트의 무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FA 계약을 앞둔 조인성, 이상열, 송신영, 이택근 중 이상열을 제외한 세 명의 선수를 타 팀에 빼앗긴 것입니다.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 중 세 선수와의 협상에서 내내 잡음이 빚어졌으며 타 구단 협상 가능 기간이 되자마자 이택근은 넥센, 송신영은 한화, 이틀 후 조인성은 SK로 이적했습니다.

조인성은 14년 간 LG 유니폼을 입었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전 포수였으며 송신영과 이택근은 거액이 오간 것이 확실시되는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습니다. LG가 그간 FA에 거금을 투자해 줄줄이 실패했기에 세 선수와의 FA 계약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세 선수는 외부 영입 FA가 아니라 내부 선수였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LG가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기존 전력을 온존하며 새로운 선수들을 육성해 2012 시즌을 바라봐야 했지만 기존의 전력조차 보존하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이처럼 내부 FA에 인색하다면 과연 어떤 LG 선수가 앞으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뼈를 묻으려 할지 의문입니다.

세 선수는 하나같이 LG 프런트의 무성의한 협상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금액 차이로 인한 이견 수준을 넘어 LG 프런트가 소속 구단 협상 마감일에 전화 통화만으로 협상을 시도했다거나 협상 중 폭언을 퍼부었다는 언론의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단순히 돈을 떠나 LG 프런트는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데 무성의했던 것입니다. 백순길 단장은 팀을 떠난 선수들이 예의가 없다며 비난했지만 FA 계약 실패를 면피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팬들에게 무능을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책임을 팀을 떠난 선수들에게 전가하며 잘못을 호도하려한 것입니다. 내부 FA를 잡지 못한 것이 모그룹의 경영 악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LG는 쌍방울과 현대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1 시즌 종료 후 스토브 리그에서 LG 프런트는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김기태 감독 선임, 쌍마 폐쇄, 프런트 전횡 폭로 보도, FA 계약 실패로 이어지는 행보는 차마 한두 달 사이에 모두 일어난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선수단을 적극 지원해야할 프런트가 이처럼 무능하다면 내년 시즌 LG의 성적 또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모기업인 LG 그룹은 과연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야구 사랑에 소문난 오너 형제가 LG 프런트를 손보지 않으면 무능과 전횡은 계속될 것이며 야구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LG 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것입니다. LG 그룹의 야구단 프런트에 대한 철두철미한 감사와 과감한 인적 청산이 요구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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