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지난달 23일 날치기 이후 연일 한미FTA 반대 집회가 개최되는 가운데, 현장을 기록해야 할 기자들이 되레 현장에서 몰매를 맞으며 쫓겨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은 '한미FTA 날치기'의 문제점은 거론하지 않고 '최루탄' 등의 '폭력'에만 집중하는 방송3사와 조중동 소속 취재진들을 향해 "어차피 취재해도 안 나갈텐데 뭐하러 왔느냐" "현장에서 떠나라" 등의 야유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 23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처리 규탄 촛불집회를 마친 학생들과 시민들이 한미FTA 비준안 한나라당 단독처리를 규탄하며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자, 경찰들이 물대포(살수차)를 발사하며 강제연행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28일 저녁 집회에서는 취재하던 KBS 촬영기자가 일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다리와 얼굴 등을 폭행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기자는 경찰에 폭행을 신고했으며, 현재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YTN의 경우에는, YTN 취재진이 22일 집회에서 '어용방송'이라는 비난과 야유를 거세게 받으면서 중계방송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철수해야 했다.

이와 관련, YTN노조는 23일 성명에서 "(시민들의 격앙된 반응의) 근본 원인은 YTN의 지난 3년여 동안의 보도태도"라며 "정치적 잣대에 의해 유력 시민단체 대표의 출연 프로그램을 불방해 놓고 서울시장으로 떠오르자 아무 해명이나 사과없이 슬며시 출연시키는 행태, 정권에 불리한 기사는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대통령 관련 의혹은 철저히 침묵하는 방송을 누가 신뢰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몇 년 전까지 집회 현장에서 방송3사 가운데 시민들로부터 거의 유일하게 '환영'을 받았던 MBC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 MBC 카메라 기자는 27일 MBC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5일 취재한 선후배들이 가져갔던 카메라가 밀쳐지고 트라이포드는 걷어차였다. 이제 우리 몸이 걷어차이고 맞는 일만 남았다"고 한탄했다. 27일 집회의 경우에는 MBC 로고가 새겨진 ENG카메라로 도저히 취재가 불가능해 아예 로고가 없는 6mm 소형 캠코더를 들고가서야 근접취재가 가능했으며, 시민들의 항의 때문에 MBC 차량을 근처에 주차하지도 못해 아예 시청에 숨어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글에는 "카메라 뒤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하나같이 정곡을 찔러 온다. '식충이들 밥벌이 하러 왔나?'라는 말에는 도저히 변명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프고 괴롭다" 등 MBC 구성원들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리는 '나는 꼼수다-버라이어티 가카 헌정 콘서트' 기획을 맡은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29일 자신의 트위터(@tak0518)에서 "KBS, MBC, SBS, YTN, MBN은 취재금지다. 일선 기자들은 그 상황에서 고생한다는 거 알지만 제대로 쓰지도 못할 거 서로 맘 상하지 맙시다"라며 "카메라 내려놓고 그냥 공연 즐기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9일 트위터(@mediaworker)에 '호소문'을 올렸다. 언론노조는 "편파와 누락,외면 등 진실을 비켜간 지상파방송 보도행태에 대한 분노는 충분히 이해한다. '취재하지 마라' '똑바로 보도하라' 등의 질책과 야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신체적인 위협 등 폭력만은 삼가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타 등으로 얼굴이 붓고, 사다리에서 올라가 촬영하다 사다리를 넘어뜨려 손목이 삐거나, 다리가 다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현장에 취재나온 카메라 기자들은 대부분 사회부 소속으로 4~5년차 미만의 주니어 기자들"이라며 "잘못된 방송의 보도행태에 대한 분노가 어린 기자들에게 폭력의 행태로 가해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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