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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다크홀’, 트라우마에 희생되거나 스스로 구원하거나[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5.11 12:01

[미디어스=이정희] 한 여성이 있다. 이화선(김옥빈 분), 그녀는 형사지만 현장에서 배제되었다. 남편이 그녀가 수사하던 사건의 희생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희생자에게 약물을 주입하여 살해하는 연쇄 살인마 이수연. 화선과 남편이 나눈 몇 마디의 대화를 핑계로 화선의 남편을 제물로 삼았다. 희생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건에서 배제되었지만 화선은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후배 형사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수연의 행방을 쫓아 무지시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연쇄살인범의 행방은 묘연하고 이화선을 맞이한 건 무지시 전체를 삼킨 거대한 '다크홀'이었다. 이수연을 쫓아간 산속에서 마주한 다크홀 속 검은 연기가 그녀를 삼켜버리려 한다. 

무지시를 삼킨 검은 연기 

OCN 오리지널 <다크홀>

무지시 산속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다크홀. 그 속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는 사람들을 좀비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한다. 검은 연기를 마신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다. 얼굴이 흉해서 고통받아오던 이는 자신을 비웃는다며 아내의 눈을 파냈다.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이는 흉기를 휘두른다. 화선 역시 눈앞에서 이수연이 그녀를 희롱하자 총을 꺼내 든다. 다행히도 그녀와 동행했던 유태한(이준혁 분)이 흔들리는 그녀를 구한다. 아니 검은 다크홀로 빠져들어가던 그녀를 무의식 속의 남편이 불러낸다. 

4월 30일 첫선을 보인 OCN 드라마 <다크홀>은 이제는 익숙한 좀비물에 변형을 가한다. 한 도시에 생긴 거대한 다크홀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시민들을 좀비로 변형시키는데, 거기에 '단계'를 설정한다. 저마다의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 환각에 빠져 눈앞에 사람들을 해치려고 한다. 무지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그 속에서 이화선은 자신이 내려온 목적을 잠시 미뤄두고 형사로서 도움을 주고자 한다. 딸을 구하기 위해 집으로 달려간 간호사와 동행한 화선. 하지만 좀비처럼 거침없이 덤비는 변종인간의 공격에 동행한 간호사는 목숨을 잃는다. 대신 그녀의 딸 도윤(이예빛 분)을 책임지게 된다. 

다크홀, 갇히거나 스스로 구원하거나 

OCN 오리지널 <다크홀>

도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화선. 그런데 변종인간과 맞서 싸우던 사이 도윤은 엄마와 아는 간호사의 손에 붙들려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 찾아든다. 도윤을 찾던 화선 역시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도윤은 죽은 엄마 대신 화선을 믿고 따른다. 화선 역시 구하지 못한 간호사 엄마의 부탁대로 어떻게든 도윤을 지키고자 한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 집단의 간호사는 그런 화선의 책임감에 의문을 제기한다. 화선보다는 차라리 이곳이 더 도윤에게 안전하지 않냐며 자신들과 함께할 것을 유혹한다.

도윤에 집착하던 사이비 집단. 하지만 그 집착의 끝은 하늘의 부르심이라는 명목의 집단 자살이었다. 그 집단적 광기의 가운데에서 화선은 자신을 던져 도윤을 구해 애초 가고자 했던 학교로 향한다. 

드라마는 화선과 태한, 두 주인공의 행보에 따라 두 가지 방향에서 서사가 전개된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농장으로 향했던 태한은 변종인간이 된 친구의 죽음 이후 무지병원으로 향하고, 화선은 도윤과 함께 학교로 간다. 무지병원과 학교, 두 곳에 모인 생존자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앞장선다.

OCN 오리지널 <다크홀>

한 사람은 형사로서, 또 한 사람은 전직 경찰로서의 '정의감'이 화선과 태한의 동력이 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화선의 동력은 또 한 가지 도윤에 대한 모성애에 가까운 ‘책임감'이다. 

간호사의 죽음으로 맡게 된 도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종종 검은 연기의 그림자에 갇히던 화선이 도윤과 함께한 이후 그 어둠의 그림자에서 벗어난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로 내내 괴로워하던 그녀가 도윤을 책임져야 하겠다고 생각한 이후 그 어둠의 흔적이 옅어진다. 남편을 지키지 못했다던 죄책감의 자리에 도윤에 대한 책임감이 자리한다. 

<다크홀>은 변종인간의 습격이라는 좀비물 장르를 미지의 상황 속에 던져진 한 여성 이화선이 도윤을 만나며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며 형사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보호자로서 거듭나는 과정으로 재해석한다. 이화선만이 아니다. 동생의 죽음, 그리고 억울한 파면 이후 렉카 기사로 살아가던 류태한 역시 극한의 상황을 그가 가진 본연의 정의감을 발현하는 기회로 삼는다.

OCN 오리지널 <다크홀>

즉 검은 연기의 습격이 사람들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를 발현하여 극한적 악으로 치닫게 하는 한편, 그 극악한 상황에서 자신을 던진 사람들은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는 이중적 장치로 <다크홀>의 이야기는 진행된다. 

또한 4회를 경계로 변종인간들을 조종하는 ‘미지의 존재’를 드러내며 이제는 진부해진 듯한 좀비물의 변환을 시도한다. 1회부터 내내 암약했던 무당 김선녀(송상은 분)가 그린 거대한 다크홀은 <손 the guest>의 악령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에 변종인간에게 물린 이진석(김도훈 분)의 팔 속에서 꿈틀거리는 괴생명체, 그리고 앞서 하이라이트에서 등장했던 괴물은 크리처물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처럼 <다크홀>은 익숙해진 좀비물의 한계를 주인공의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다양하게 극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기존 OCN 드라마의 편성 변경에, 좀비물이든 종교물이든 크리처물의 영역에서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흡인력 있는 에피소드 전개가 아쉬운 상황에서 시청률 1%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젠 tvN에 장르 드라마들이 집중 편성되고 있는 바, 전통의 장르물 채널로서 OCN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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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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