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3년 만에 부활한 아시아 시리즈에서 호주 대표 퍼스 히트를 10:2로 물리치며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선발 장원삼의 호투와 박석민의 공수에서의 대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전력만 놓고 보면 퍼스는 삼성보다 한 수 아래이지만 퍼스는 자국 리그의 시즌 중에 아시아 시리즈를 치르게 되어 실전 감각에 문제가 없었던 반면 삼성은 10월 31일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한 달 가까이 경기를 치르지 않아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삼성이 초반에 퍼스에 끌려갈 경우 고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습니다.

1회초 2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서 맷 케넬리의 안타성 타구를 박석민이 다이빙 캐치해 아웃 처리한 호수비가 삼성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만일 박석민이 처리하지 못했다면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2타점 싹쓸이 2루타가 되며 2:0으로 벌어져 대회 첫 경기 첫 이닝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자칫 아시아 시리즈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습니다.

▲ 박석민 선수ⓒ연합뉴스

박석민은 1:0으로 뒤진 3회말 1사 1, 3루에서 풀 카운트 접전 끝에 2타점 2루타로 결승타이자 역전타를 기록했으며 4:2로 앞선 8회초에는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는 데 산 미겔의 강습타구를 5-2-3 병살로 연결시키며 삼성 승리의 수훈갑이 되었습니다. 조동찬이 기초 군사 훈련을 위해 제외된 상황에서 손가락 부상으로 마무리 훈련 도중 귀국해 아시아 시리즈 출전이 불투명했던 박석민마저 없었다면 삼성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선발 장원삼은 2실점했으나 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6이닝을 소화해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투구 수 또한 적절히 관리되어 다음 주 화요일 결승전 출장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퍼스는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을 바탕으로 힘 있는 야구를 선보였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포수이자 4번 타자인 데 산 미겔이었습니다. 3회초 2사 2루에서 좌월 적시 2루타로 대회 첫 타점을 기록했으며 6회초에는 좌월 솔로 홈런으로 대회 첫 홈런으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8회초 무사 만루의 역전 기회에서 병살타로 물러나긴 했지만 도합 두 개의 장타로 2타점을 기록했고 8회말에는 대주자 강명구의 2루 도루를 완벽하게 저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데 산 미겔을 제외하면 호주의 선수들은 기본기와 섬세함이 부족했습니다. 내야진은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그 중 2개가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3회말 1사 1, 3루 박석민의 타석에서 1루 주자 신명철이 견제구에 완전히 걸렸지만 1루수 베이커가 런다운으로 1루 주자를 몰아가지 않고 3루에 곧바로 송구하는 바람에 주자들이 모두 살았고 이후 박석민의 역전타가 터지면서 퍼스는 패했습니다. 만일 베이커가 런다운으로 연결시켜 주자를 아웃시켰다면 박석민의 역전타가 터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선발 투수 슈미트는 경기 초반 제구력에 강점을 보였으나 구속이 동반되지 않은데다 투구수가 불어나자 제구마저 흔들리며 실점했고 이후 등판한 투수들은 한국에서는 2군 수준이었습니다. 퍼스가 아시아 시리즈 1승을 위해 좋은 투수들을 대만 대표 퉁이와의 경기에 투입시키려 아낀 것일 수도 있으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삼성은 내일 일본 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는 초반부터 전력을 기울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선발 투수보다는 계투진에 방점을 둔 경기 운영을 선택할 듯합니다. 만일 선발 투수의 호투에 힘입어 앞서갈 경우 필승계투진을 투입하며 승리를 노리겠지만 선발 투수가 무너질 경우 필승계투진을 아끼며 일요일 퉁이와의 경기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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