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TV 시청률 감소를 방송 영향력 감소로 해석하는 건 잘못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박사는 SBS 광고판매지 ‘크림지 5월호’에서 “방송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 감소”라며 “이러한 주장은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청률 감소가 아니라 분산으로 이는 방송 채널이 많아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시청률이 산정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가구시청률을 시청률로 부른다. 가구시청률은 가구 단위로 시청량을 집계해 모집단인 '가구수'로 나눈 수치로 산출조건에 따라 산출값이 달라진다. SBS <펜트하우스>의 경우 4월 2일 마지막 회 시청지표를 보면 최종회 가구시청률은 수도권 24%, 13개 지역 23.8%, 전국 23.1%로 각각 다르다.

만약 시청률 감소가 TV 영향력 감소의 증거가 되려면 TV 시청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지표에 따르면 시청가구수는 시청률이 감소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개인시청률은 증가했다. 황 박사는 “시청률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모집단의 변화가 가구와 개인에게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 박사는 가구시청률의 감소는 산정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률 산정기준이 되는 모집단은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결과를 기준으로 가구시청률의 경우 일반가구수를, 개인시청률의 경우 내국인수를 모집단으로 삼는다.

'시청률 산정 모집단의 변화 (단위: 천)'를 나타낸 표. 전국과 수도권 가구수 증가률에 비해 인구수 증가률이 낮다. (자료제공=SBS 메소디아전용 크림지 5월호)

지난 5년간 가구수와 인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증가율이 인구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황 박사는 “인구 증가에 비해 가구 증가가 빠르게 이뤄지며 가구 구성원 수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는 가구시청률이 감소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즉 가구시청률은 시청량을 가구수로 나눠 산출하기 때문에 모집단이 되는 가구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구시청률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황 박사는 “가구시청률의 감소는 TV의 영향력이 감소한 게 아니라 가구시청률의 산출환경 변화가 주요한 원인”이라며 “산출환경의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은 개인시청률은 큰 변화가 없으며 TV시청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자 시청률이 상승한 것을 보면 TV의 영향력이 감소한 게 아니라 TV를 시청할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며 “TV 이외의 매체를 통해 집 이외의 장소에서 방송을 시청한 것을 추가할 경우 방송의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2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시청률 15%와 올해 15%는 의미가 다르다. 전체 인구는 비슷한 수준인 반면 가구수가 빨리 늘어 가구시청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올해 시청률 15%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시청률이 줄어든다고 하면 가구시청률을 보지만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따라 산정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건 외면한 채 %만 보는 ‘율의 마법’에 속아온 셈”이라며 “방송 관계자들이 성적표를 여는 마음으로 시청률을 본다고 하지만 채점 방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몇 점 받았는지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밝혔다.

황 박사는 “이제는 가구시청률이 아닌 ‘개인시청자수’로 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며 “KBS 시청자지표모델 ‘코코파이’를 포함해 상당수 방송사가 개인시청자수로 지표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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