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FA 조인성이 SK에 이적한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1998년 프로 데뷔 이래 14시즌 동안 LG 유니폼을 입었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전 포수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1990년 LG에 입단해 신인왕을 수상했으며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주전 포수 김동수를 1999년 연말 삼성에 FA로 빼앗긴 충격적 사건이 반복된 것입니다. 김동수의 삼성행이 당시 LG가 젊은 포수 조인성의 주전을 보장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는데 오늘 조인성이 LG를 떠난 것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경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조인성과의 이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방금 전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시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SK 최동수가 다시 LG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따르며 헤어진 사람과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동수는 1994년 LG에 입단했으나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LG를 지휘하던 2002년 포스트 시즌에서 대활약하며 이름을 날렸고 2000년대 중반에는 LG의 중심 타자로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2009 시즌 종료 후 히어로즈에서 이택근이 LG로 트레이드된 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고 2010 시즌 중반 4:3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LG가 최동수를 트레이드 명단에 올린 것은 SK의 젊은 투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박종훈 감독과 팀 내 최고참 최동수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 2009년 7월 28일 잠실 삼성전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2점 홈런을 터뜨린 최동수
하지만 최동수는 1년 반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SK가 2차 드래프트에서 40명의 보호 선수 명단에 최동수를 포함시키지 않자 LG가 최동수를 다시 영입한 것입니다. 준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2개의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새로 쓰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동수를 SK가 포기한 것은 의외입니다.

송신영과 이택근도 모자라 프랜차이즈 스타 조인성마저 잃은 것은 LG 프런트의 한심스런 무능을 만천하에 노출한 것이지만 최동수의 복귀로 LG는 2가지 측면에서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첫째, 이택근의 이탈로 마땅한 우타 1루수가 없는 상황을 면하게 된 것입니다. 최동수는 올 시즌 만 4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99타석에 들어와 0.304의 고타율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최동수가 199타석 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은 좋은 타격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감독의 해임 이후 이만수 감독 대행이 최동수를 벤치에 앉혀두었기 때문입니다. 내년 시즌 전체를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지만 젊은 1루수를 양성하며 최동수를 지명타자와 1루수로 병행 출전시킬 경우 전력 누수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조인성의 이탈로 LG가 프랜차이즈 선수에 소홀하다는 여론의 비난과 선수단의 동요를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94년 이래 2010년 트레이드 직전까지 17시즌 동안 LG 유니폼을 입었던 최동수가 복귀함으로써 성난 팬들과 여론을 달래며 선수단을 다독거릴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넥센이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LG에 트레이드시킨 이택근을 FA로 재영입한 것과 비슷한 노림수입니다. 연습량으로 따지만 8개 구단 전체 선수들 중 둘째가라도 서러울 정도로 성실한 최동수가 LG 선수단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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