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9라운드 2차 경연은 두 가지 화제를 낳았다. 언니 로커 김경호는 나가수 사상 최초로 연속 1위의 영예를 얻었고, 장혜진은 명예졸업을 위한 마지막 한 번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탈락하는 불운을 떠안았다. 또한 나가수 진입과 동시에 2위로 출발했던 거미는 2차 경합에서 7위로 내려앉아 나가수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탈세에 이어 최근 고소 건으로 구설수가 이어지는 인순이는 1,2차 경합 모두 동일한 3위를 얻어 청중평가단이 이슈에 흔들리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후 알려진 새가수 이름에 인터넷이 들끓었다. 앞서 29%라는 경이적 득표에 이어 연속 1위를 기록한 김경호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음 주에 공개될 적우라는 여가수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성적으로만 본다면 임재범을 뛰어넘는 기록인데 언니로커 김경호의 존재감을 압도해버린 적우라는 가수는 불행하게도 네거티브 이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우는 대중에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가수다. 나가수 자문위원단장인 장기호의 추천으로 출연하게 됐다는 것과 막강공력이라는 수식어가 동원됐지만 일단 적우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마뜩찮아 보인다. 인지도가 전혀 없는 가수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조용필이 인정했다’ ‘예술의 전당에 선 가수다’ 등의 이야기들이 발견될 뿐, 정작 이 가수에게는 히트곡은 고사하고 대표곡조차 뚜렷하지 않아 당혹하게 된다.

장혜진의 빈자리를 채울 적우는 물론 노래를 잘하는 가수이다. 나가수 특유의 고음역을 뚫는 음폭은 없지만 허스키 톤에 호소력 강한 해석을 가졌다고 보인다. 적우의 노래 몇 곡을 들어보면 여자 박강성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노래를 잘 하는 가수는 얼마든지 많다. 나가수가 재조명해서 뒤늦게 진가를 발휘하게 된 가수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수 발굴 프로그램은 아니다. 적우의 출연으로 인해서 이제 속칭 나가수 급에 대한 규정(?)이 바뀌거나 아예 나가수 급이란 단어 자체가 무의미해질 위기에 처했다.

최근 나가수는 하락세가 역력하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구원할 마땅한 가수가 없다. 임재범 정도의 가수가 흔한 것도 아니고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현재의 나가수에 나와서 임재범이 던져준 충격과 감동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 적우의 등장은 나가수 제작진에게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나는 지른다로 해석될 만큼 지금껏 가창력 대결에 몰두해오고 있다. 그런 대세에 몸을 맡기지 않은 가수는 여지없이 걸러졌다. 조규찬은 대표적인 경우다. 문제는 그 가창력의 자극에 이제 대중들은 서서히 면역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청중평가단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 나가수에는 이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듣는 이의 오감을 떨게 하는 고음역의 자극이 아닌 다른 자극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적우의 등용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자극이 기존 것보다 강하지 못할 경우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조규찬이 줬던 신선한 저항이 곧바로 청중평가단에 의해서 숙청당한 것이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옥주현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불씨를 살려보자는 취지에서의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의심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청중평가단의 매우 냉정한 선택을 통과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어쨌든 적우의 캐스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나가수의 한계가 보인다는 것이다. 김경호가 최고 득표와 연속 1위라는 기록으로 대세를 굳혀가는 상황에 이를 견제할 강력한 새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나가수를 통해 국민요정이 된 박정현은 막강한 경쟁자 김범수와 YB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경호에게는 그런 경쟁 카드가 없다. 자우림은 경쟁에 무게를 두지 않는 편이고, 거미도, 적우도 김경호와 치열한 순위다툼을 할 수 있는 조커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더 이상 반전을 기대할 수 없는 김빠진 서바이벌이 되어가는 나가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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