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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제작사·독립PD 상생협력 첫걸음 뗐다프로그램 판매수익 50 대 50 배분… 저작권 쟁점은 해결과제로 남아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4.20 18:24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EBS는 외주제작사와 프로그램 판매수익을 나누고, 외주제작사는 PD·작가 등 제작진에게 관련 수익을 배분하는 '상생협력 공동 선언문'이 마련됐다. 프로그램 저작권 귀속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EBS·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한국독립PD협회는 2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은 세 주체가 10개월 간 논의를 진행한 끝에 마련된 것으로 고 박환성·김광일PD 사망사건에 대한 후속조치 성격을 띄고 있다.

공동 선언문에 따르면 EBS는 외주기획안 자유공모 제도에 선정된 프로그램이 방송에 편성될 시 케이블TV·IPTV 판매수익을 50대 50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수익배분 기간은 EBS 본방송 종료 후 2년이다.

EBS, 제작사협회, 독립PD협회 공동선언문 선언식 (사진=EBS)

촬영물을 토대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외주제작사는 EBS에 사전신고를 한 후 촬영 원본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EBS는 유튜브 수익 40%를 가져간다. 외주제작사가 외부 협찬을 유치할 때 간접비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제작비·인센티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외주제작사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PD·작가 등 제작진에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 제작진 수익배분에 관한 내용은 EBS와 외주제작사가 체결하는 계약서에 명시된다. EBS·제작사협회·독립PD협회는 한 달에 한 차례씩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공동 선언의 배경에는 고 박환성·김광일 PD 사망사건이 있다. 박환성·김광일 PD는 2017년 7월 14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들은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운전기사 없이 스스로 운전했다. 사고 이후 EBS가 제작비를 삭감하고, 박환성 PD에게 정부 제작지원금 40%를 간접비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EBS는 박환성·김광일 PD 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명중 사장-김유열 부사장 체제가 갖춰지면서 EBS 기류가 변했다. EBS는 지난해 6월 사고 3년 만에 책임을 인정했다. 김유열 부사장은 지난해 4월과 5월 박환성·김광일 PD 묘소를 참배하고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EBS는 불공정 제작 관행 개선을 위해 상생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 선언문은 상생협의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김명중 사장은 선언식에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제작사와 창작자의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자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공동 선언은 그간 방송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혁신적인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송호용 독립PD협회장은 “이번 공동 선언은 방송사·제작사·창작자의 협력방안이 도출됐다는 점에서 다른 지상파 방송사가 홍보 수단처럼 이용해 온 일방통보식 상생 절차와는 다르다”며 “이번 공동 선언은 완료가 아니라 협력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저작권 귀속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국 방송사는 외주제작사·독립PD가 제작한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모두 가져간다. 반면 유럽·일본 등 해외에선 PD가 영상물 저작권을 갖는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 방송사의 저작권 독점을 없애기 위한 규율을 만든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유열 부사장은 “유럽처럼 저작권이 제작자에게 가거나 방송사와 공동소유 하는 방안은 더 나아가야 한다”며 “국내에선 관련 논의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허주민 제작사협회장은 “저작권은 풀리지 않는 숙제이지만 수익이 공평하게 배분된다는 점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송호용 독립PD협회장은 현 EBS 경영진의 결단이 이번 공동 선언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송 협회장은 “상생협력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전임 EBS 경영진과 현 경영진은 하늘과 땅 차이다. 상생협의회를 처음 꾸릴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EBS 경영진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김유열 부사장은 “고 박환성·김광일PD 사망사건은 전임 경영진 때 일어난 일”이라면서 “김명중 사장이 취임한 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고 봤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구성원들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김명중 사장 임기 만료 전까지 상생협력 방안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중 사장 임기는 2022년 3월 만료된다. 김 부사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공동 선언이 나오기까지 10개월이 걸린 것이지, 원래는 더 빨리 발표하려 했다”며 “앞으로 1년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생협력은 시대정신이기 때문에 차기 경영진도 후퇴시킬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 제작사협회, 독립PD협회 공동선언문 (사진=EBS)

허주민 협회장은 이번 상생협력으로 독립PD의 제작 여건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허 협회장은 “독립PD는 창작의 대가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대가가 낮다면 결과물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생협력으로 수익이 배분된다면 독립PD가 콘텐츠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호용 협회장은 “유수의 제작역량을 갖춘 제작진이 EBS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제작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송호용 협회장은 KBS·MBC·SBS 등 다른 방송사도 외주제작사·독립PD와 상생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 협회장은 “다른 방송사는 왜 상생협력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가”라며 “적극적인 모습과 태도를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항상 ‘경영위기’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독립PD들이 경영 위기를 자초했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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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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