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는 항상 말썽이다. 나이 40이 넘어서도 여전히 그 말썽의 유전자를 다잡지 못하고 있다. 이하늘이 DJ DOC 원년 멤버였던 박정환에 대한 폄하적인 발언으로 인해 당사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그러자 다시 김창렬과 라디오에 출연해서 사과를 한다는 것이 당사자는 물론이고 누리꾼들에게도 진중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을 뿐이었다. 악화되는 여론에 이하늘은 결국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출연하는 모든 방송을 활동을 접고 잠정은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사태로 알게 된 것은 박정환이 탈퇴가 아니라 퇴출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박치라고 놀려대는 모습에 크게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무엇보다 상대가 현역 연예인이 아니라서 다른 방송을 통해서 반론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방적인 언어폭력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하늘과 김창렬은 좀 더 신중한 편이 좋았을 것이다. 박정환의 고소는 그래서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다.

한편 성희롱 파문으로 국회의원 직을 잃을 뻔 했던 강용석 의원이 개그콘서트 최효종을 상대로 역시나 모욕적이라면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DJ DOC와는 달리 고소한 측이 여론의 일방적인 뭇매를 맞고 있다. 김미화는 "효종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며 "강용석 의원이 우리를 코미디언이라고 우습게 보나본데 고맙지. 우리는 원래 웃기는 사람들 아니냐"며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했다고? 우리도 맞고소하자! 코미디언 모욕했으니"라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코미디는 풍자와 해학이 근본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욕했다고 발끈했으니 불쾌하기 이전에 좀 가련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쳇말로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강용석 의원을 지탄하는 그 시각으로 다시 이하늘을 바라볼 필요는 없을까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하늘은 적어도 원년 멤버였던 박정환을 모욕할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날은 DJ DOC 멤버 전원이 출연했다. 새 음반을 미리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의 전원 출연이었다. 앞서 정재용은 음반작업을 이유로 승승장구에서 스스로 하차한 바 있다. 음반이 나온 상태라면 굳이 재탕 삼탕인 과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러지 않은 상황에서의 홍보라는 점이 무리였다면 무리였다.

또한 과거 이야기를 꺼냈더라도 그저 동정표를 얻을 수준에서 멈췄다면 무탈하게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 문제는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DJ DOC의 제어 불가의 캐릭터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 점은 변명의 여지없는 DJ DOC의 불찰이며 경솔한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는 모두 웃었다. 해피투게더 제작진은 자료화면까지 찾아내서 그들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래서 더 웃겼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웃을 수 없는 일이고, 잔인한 이지메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당사자의 고소는 이해할 수 있지만 언론까지 우르르 몰려다니며 이하늘을 매도할 일은 아니다.

이하늘을 변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우리 사회 전반이 농담과 웃음에 대해 너무 경직된 시선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개그맨에게서 풍자와 해학을 금지하는 것과 DJ DOC를 얌전한 모범생처럼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 첫 회에 출연해 노래에 맞는 애드리브로 립스틱을 발랐던 김건모는 하루아침에 국민가수에서 개념 없는 놈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가 유연함을 잃고 경직되어 가는 단면을 보이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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