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늘(15일) 밤(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레바논전을 갖습니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둬 3승 1무로 3차예선 B조 선두를 유지한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곧바로 자력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짓게 됩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그렇고, 지난 9월 레바논을 6-0으로 꺾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손쉬운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레바논이라는 생소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부터 시작해 조광래호의 여러 상황들이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에 맞붙었던 레바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레바논팀의 상승세가 무서운 것부터 단연 눈에 띕니다. 레바논은 한국전 이후 3경기를 치르면서 2승 1무를 기록, 곧바로 조 2위까지 뛰어올라 기세가 올라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레바논에서 경기를 치렀던 지난 2005년에 1-1 힘겨운 무승부를 거둔 전력이 있어 레바논 입장에서는 홈 이점을 최대한 살려 조광래호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광래호 내적으로는 지난 경기에서 스트라이커 박주영을 경고 누적으로 잃게 돼 이번 경기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합니다. 습한 날씨에 익숙지 않은 잔디까지 모든 것을 불리하게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할 판입니다.

상황이 어려워도 조광래호는 어떻게든 이번 경기에서 확실하게 분위기를 반전시킨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번 레바논전이 2011년 조광래호가 치를 마지막 A매치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A매치에서의 새로운 모습을 통해 내년을 기분 좋게 맞이하는 계기를 얻을 필요가 있는 조광래호입니다.

▲ 아랍에미리트연합전에서 두번째 골을 도운 손흥민과 골을 넣은 박주영. 레바논전에 박주영이 결장해 손흥민의 활약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연합뉴스
경기 내용 하락세, '용두사미' 위기에 처한 조광래호

올해 조광래호가 거둔 성적은 10승 5무 1패입니다. 16경기 중에 무득점 경기가 단 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한 것이 무엇보다 눈에 띈 한 해였습니다. 원했던 우승에는 실패했어도 아시안컵 3위를 차지하며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6월에는 세르비아, 가나 등 A급 팀을 맞아 잇달아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도 탔습니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만 해도 조광래호의 분위기는 탄탄대로였고, 기록 상으로만 보면 그리 문제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8월 한일전 0-3 참패 이후 내용적인 면에서 조광래호는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특히 한일전에서는 경기 스코어 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 일본에 완전히 농락당한 모습을 보이며 치욕적인 패배를 맛봤고, 이에 따른 후폭풍은 엄청났습니다. 물론 이후 5경기에서 모두 골을 뽑아내는 경기를 펼쳤고 3승 2무의 성적을 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이전 상승세를 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조광래호의 주축 자원인 해외파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 소속팀에서의 비주전 입지에 따른 경기력 저하로 제몫을 다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여기에 1월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 이영표의 공백을 메울 만한 자원을 찾지 못했습니다. 중심 역할을 할 선수들이 사라지고, 또 난조를 보이면서 특유의 활기찬 경기력도 사라졌고, 답답한 플레이만 일관하는 모습만 나왔습니다. 축구팬들의 신뢰는 곧바로 비판, 비난으로 이어졌고, 조광래 감독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기까지 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빛 떠오를까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할지라도 분명히 조광래호는 제대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지혜를 보여준다면 만회할 수는 있습니다. 이번 레바논전에 기존과는 다른 전략, 전술을 들고 나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조광래 감독이 현재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와 같은 심정으로 나온 것일 겁니다. 지난 아랍에미리트연합전에서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던 손흥민(함부르크SV), 이승기(광주 FC), 이근호(감바 오사카)가 선발 출장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좀처럼 주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들이 물오른 컨디션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팀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면 침체돼 있는 조광래호에 새로운 빛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조 감독 역시 "이번 경기를 통해 새로운 스타가 탄생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해 기대감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향후 대표팀을 운영하는데 선수기용의 폭을 넓히고 팀내 경쟁력 향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선수들을 비롯해서 이번 경기를 통해 실험할 것들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경기 결과도 좋게 끝난다면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마지막에라도 자신감을 갖고 내년을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 경기가 조광래호에 던지는 의미는 큽니다. 중동 원정 징크스를 완전하게 깨고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짓는 것, 그리고 2011년 마지막 A매치를 이겨서 2012년 새 시즌을 기분 좋게 맞이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강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야 하는 강한 의지로 최근 보여준 모습과는 확실히 다른 조광래호가 돼야 할 것입니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확실히 좋아진 모습으로 2011년 마지막을 행복하게 끝내는 조광래호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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