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를 필두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엄청난 화제를 뿌리며 새로운 스타들을 발굴하고 있고, 대중들에게 잊혀졌거나 홀대받았던 고수들이 엄청난 기량을 뽐내며 나는 가수다를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아이돌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정리해 본 음원차트의 상위권은 아이돌들의 이름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대부분의 음악프로그램과 예능에서의 활약도 이들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는 형편입니다. 아무리 이런 구도가 깨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해도, 현실은 아주 조금의 변화, 약간의 기미가 보인다고 해야 정당한 평가일 거에요. 많은 시도와 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 역시도 아이돌의 세상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돌 열풍은 공연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종 뮤지컬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흥행 코드를 삼으며 홍보에 나섰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비중 있는 조연, 심지어 주연의 자리를 꿰차며 무대에 섰습니다. 기획하는 입장에선 그들의 티켓 파워에 힘입어 홍보와 흥행을 노렸습니다. 출연하는 이들은 역시도 이득이 많은 거래였죠. 정형화된 노래에 맞추어진 최적화된 기계적인 댄스 가수가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받으며 가치를 높일뿐더러, 뮤지컬 배우를 자신의 미래 선택지 중 하나로 포함시키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모두에게 이득인, 그야말로 윈윈전략으로 선택되어 이젠 유명 뮤지컬의 출연진에서 아이돌의 이름이 빠지면 조금 어색할 정도로 확연한 경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지만 라디오스타는 라디오스타입니다. 이 조합은 묘하고 재미난 만남이기는 하지만 결코 심각한 분석이나 토론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습니다. 짐짓 박혜미에게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 묻기도 하고, ‘침입’, ‘침투’라는 민감한 단어로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 발언의 의도는 어디까지나 출연자들의 보호와 옹호라는 기본적인 태도에서는 벗어나지 않습니다. 솔직하고 노골적이고 짐짓 놀려대기도 하지만 라디오스타가 그런 싸가지 없는 것으로만 가득하다면 이 프로그램의 생명력은 진작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례하지만 묘하게 따스한 방송. 라디오스타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그렇기에, 소녀시대의 그녀들이 왜 뮤지컬배우의 자격이 있는지, 얼마나 멋진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은 이런 모든 옹호나 보호, 혹은 변명이 아닙니다. 새롭게 만든 꼭지인 고품격 노래방에서 시카고의 올 댓 재즈를 열창한 태연의 목소리와 표정, 박혜미와 임태경의 노래에 감동하고 선망과 애정에 가득한 눈으로 선배들을 바라보던 그들의 반응이 훨씬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이죠.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력발휘. 왜 모두가 태연 태연하는지, 소녀시대가 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 결정적인 장면이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