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내야수 박경수가 11월 17일 공익 근무 요원으로 입대합니다. 프로 9년차 박경수는 입대를 앞두고 LG를 4강으로 이끌어 포스트 시즌 무대를 첫 경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성남고를 졸업한 박경수는 2003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습니다. 4억 3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이 말해주듯 고교 무대를 평정한 박경수는 공수를 모두 갖춘 대형 유격수라는 것이 당시의 평가였습니다.

박경수의 데뷔전은 화려했습니다. 2003년 4월 6일 잠실 SK전에서 1:1로 맞선 8회말 2사 1, 2루에 대타로 나와 역시 고졸 신인으로 입단한 송은범을 두들겨 2타점 결승 2루타를 기록한 것입니다. 1994년 입단 이래 2002년까지 LG의 내야진을 지휘하던 유지현의 기량이 하락하자 박경수의 출장 기회는 늘어났습니다. 신인 박경수는 2003 시즌에 84경기에 출장해 0.273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데뷔 2년차인 2004년에는 92경기에 출장해 0.268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2003년과 비교해 타석수가 172타석에서 328타석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무난한 타율이었습니다. 하지만 박경수는 2005년 어깨 부상을 입으며 고작 35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고 타율도 커리어 로우인 0.171에 그쳤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어깨 부상 이후 기량이 하락해 다시는 부활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내야수의 필수 덕목인 강한 송구 능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타격 능력도 저하되어 단 한 번도 2004년의 타율 0.268를 넘어서지 못한 채 매년 2할 대 초중반에서 허덕였습니다. 프로 선수로서 기량이 농익기 시작할 시점인 데뷔 3년차에 맞은 부상은 치명적이었습니다. 2004 시즌 중 유지현이 은퇴하자 그의 등번호 6번을 물려받은 박경수는 유지현의 후계자가 되기는커녕 이종열에도 미치지 못해 권용관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박경수는 수비가 뛰어난 ‘수비 요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따지고 보면 타격 능력이 기대 이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올 시즌에는 17개의 실책을 범하며 최다 실책 3위에 올라 ‘수비 요정’이라는 별명마저 무색케 했습니다. 박경수에게 유격수와 2루수를 들락날락하도록 기용한 박종훈 전 감독의 책임도 적지 않지만 선수 본인으로서도 결코 자랑스러운 기록이 아닙니다. 박경수는 지난 9월 24일 손목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면서 시즌을 완주하지도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경수의 프로 9년은 LG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햇수와 동일합니다. 박경수가 LG의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LG의 선수 육성 능력 부재와 그로 인한 처참한 팀 성적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즉 박경수의 부진한 9년이 LG의 암흑기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박경수가 2003년 데뷔 첫 타석에서 공략해 쓴맛을 안긴 송은범이 SK의 팀 내 에이스 급으로 성장했으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선발되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입대를 차일피일 미루며 나이를 먹은 탓에 박경수는 상무 혹은 경찰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한 채 공익 근무 요원으로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피로와 부상에 시달린 투수가 공익 근무 요원으로 복무하며 지친 몸을 추슬러 재활의 과정으로 삼는 것은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매년 구속과 제구력이 향상되는 상대 투수를 공략해야 하는 타자의 경우 공익 근무 요원으로 입대해 2년여의 시간을 흘려보내게 될 경우 실전 감각을 완전히 상실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박경수의 타격 능력이 그다지 빼어난 것이 아니었다는 점과 전역 이후 만 30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복귀하는 것 또한 불안 요인입니다.

내년 시즌 박경수가 없는 LG 내야진도 타격이 큽니다. 박경수가 공수 양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박경수보다 공수 양면 중 하나라도 나은 선수가 없는 것이 LG 내야진의 현실입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동욱이 키스톤 콤비에 고정된다 해도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일지 의문입니다. 오지환, 윤진호, 정병곤 등 젊은 선수들이 내년 시즌 LG의 내야수 주전을 맡기에는 공수 양면에서 안정감이 크게 떨어집니다. LG의 내년 시즌 최대 약점은 내야진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스럽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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