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의 맛은 위험수위를 오락가락할 때도 있지만 직설화법에 있다. 지난주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일전으로 시청률 상승을 맛본 라디오스타는 오프닝에서 본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했다. 다시 제 컨디션을 찾은 라디오스타는 포문을 우선 언론을 향해 열었다. 가장 먼저 운을 뗀 것은 소녀시대였다. 얼마 전 미국 방송에 출연했다가 소위 ‘태연 태도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시끄러웠던 기사에 대해서 태연은 “일방적으로 안 좋은 기사”였다고 순화된 표현을 썼지만 그 짧은 항변에 불쾌함과 억울함이 담긴 말이었다.

당시 소녀시대는 미국 프로그램에 나가 자신들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는 중이었고, 다른 게스트나 MC가 말을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티파니는 당시가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차적응도 되지 않고 감기들도 걸려서 7분간 가만히 화면을 보다가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시카는 “앞으로 뮤직비디오를 볼 때 활짝 웃으면서 보겠습니다”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더했다.

연예인 특히 아이돌 그룹에 대한 논란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날 때마다 항상 느끼는 의문이 있다. 논란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에서 그리고 또 누가 해당 이슈로 시끄러운지 찾아볼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돌 관련한 커뮤니티를 아무리 찾아봐도 기사 발행 이전의 논란은 없기 때문이다. 혹시 논란이란 해당 언론 기자와 데스크 둘만의 시각을 부풀리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연예인 관련 논란은 기사로부터 시작한다는 항간의 냉소가 괜히 회자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녀시대 말을 들은 임태경도 자신의 억울한 경우를 털어놓았다. 뮤지컬 홍보를 위해서 한 경제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내용이 매체 성격과 잘 맞지 않자 기자가 유도성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런 질문과 대답을 짜깁기해서 나온 기사 타이틀은 ‘월세 꼬박꼬박 나오는 빌딩을 갖고 싶어요’였다고 한다. 임태경은 “그 헤드라인에 나온 말은 제 입에서 비슷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힘주어 항변했다.

사실 소녀시대와 임태경만이 아니라 연예기사는 오보가 속성이라 할 정도로 팩트와 무관한 내용이 넘쳐난다. 정치인도, 경제인도 모두 존경을 잃어버린 시대에 그 동경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연예인들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은 자연히 기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드라마처럼 사건사고가 많아 매일 이슈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도신문도 하고 심지어 없는 일도 지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생긴 잠시 잠깐의 논란으로 매체는 약간의 장사를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당사자들에게는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게 되고 또 다른 루머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매체가 버는 상업적 이익에 비해 해당 연예인들이 입는 손해가 너무 크다. 비유를 하자면, 자기가 버는 10원을 위해 남에게 만원의 손해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이 오보에 적극 대응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소위 기자 건드려서 좋을 것 없다는 일종의 묵계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와 싸우던 때에 큰 위안이 됐던 금언이 있다. “펜은 검보다 강하다”는 이 말은 현실을 억누르는 강압과 통제를 이겨내기 위한 절실한 희망이자 의지였다. 그러나 군사독재의 총칼과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 펜이었고 결국 이겨냈다. 그렇지만 그 펜이 지금 향하는 곳은 검이 아니라 비무장 연예인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펜의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펜은 고작 저항할 수 없는 연예인들을 괴롭히는 부역에 시달리고 있다. 펜의 굴욕이다.

라디오스타 게스트들이 출연소감을 밝히는 마지막 순서에 태연은 “솔직한 토크를 좋아하는데...(중략).. 즐거웠습니다. 뭔가 통괘합니다”라고 했다. 반론권이 없는 연예인들이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잘못된 언론행태에 대해서 그나마 입이라도 열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표현한 것이다. 황색언론을 향해 소심하지만 나름 통괘한 반격을 가한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 이상의 속풀이를 기대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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