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줌마테이너의 열풍, 아줌마들의 수다가 새로운 대안처럼 주목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작품이나 앨범 홍보를 위해 출연해서 계산되고 엄선된 멘트만 나열하는 정형화된 토크쇼가 뻔해지고 식상해지고, 아이돌과 남자MC들이 지배한 연예계의 똑같은 얼굴 반복이 만든 반작용이었죠.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아줌마들만이 나눌 수 있는 화끈하고 가식 없는 수다, 다루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격이 없는 주제들, 동네 반상회에 나온 것만 같은 시끌벅적함이 주는 친근함은 이 유행의 근원지였던 세바퀴를 중심으로 한국 연예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결코 오래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들 아주머니들이 나누는 토크의 형식, 다루는 주제, 표현의 방식들은 비슷한 이들이 함께 모였을 때에만 그 진정한 재미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그래서 무척이나 제한되고 특수한 무대와 기획이 필요했거든요. 어떤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그런 특정한 분위기와 배려가 조성되지 않았을 때, 아줌마들의 토크는 주위와 어우러지지 못하고 도리어 그 개성과 표현이 단점으로 튀어나옵니다. 마치 이번 주 강심장에서 혼자 부산을 떨었던 송채환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런 소소한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서 초대한 시도는 그리 좋은 결정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안 좋은 결과는 그저 인물 소개를 하며 살짝 포인트를 주기 위해 준비했을 사소한 깜짝 쇼였던 서경석과 이병진의 축의금 에피소드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났죠. 그냥 웃으며 지나가면 되는 순간을 예능이 익숙하지 않다며 굳이 봉투를 확인하려하고 연신 감탄을 연발하며 그 상황을 질질 끄는 호들갑, 그리고 대선배의 과도한 리액션을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워하던 이승기를 비롯한 후배들. 이런 불편한 불협화음은 그녀가 등장하는 방송 분량 내내 이어졌습니다. 그냥 민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어울리지 않는 자리, 어색했던 구성이었단 겁니다. 그녀의 활약을 보고 싶었다면 송채환과 맞장구를 쳐주고 능숙하게 조율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여자 출연자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제지할 수 있었던 사람은 절친이었지만 비중은 적은 이병진, 그리고 토크 상대로 지정되었지만 별다른 친분이 없기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서경석이 전부였어요. 이승기도, 붐도, 다른 고정 패널들도 아무도 이 상황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합니다. 이런 방치된 상황에서 그녀가 느닷없이 상황에 끼어들고, 억지로 이승기와 윤아의 러브라인을 이어 붙이고, 눈치 없는 아이자랑에 집중하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나 반응이 이질적으로 튀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