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3 톱3 경연이 펼쳐지던 날 울랄라세션의 공연이 끝나고 심사평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든 이승철은 기가 찬다는 웃음을 먼저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이러면 안 되죠. 이건 반칙이죠”라고 했다. 그 후로도 말은 이어졌지만 모두 부연설명이었을 뿐이다. 윤미래, 윤종신의 심사평도 굳이 필요치 않은 평가의 종결이었다. 이에 앞서 이승철은 울랄라세션에게 이미 프로라는 말로 심사의 의미가 없음을 고백한 바 있었다.

슈스케3 결승은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 두 팀이 각축을 벌이게 된다. 한 포털에서 이들의 우승 예상을 투표로 물어봤다. 아직 충분한 투표수는 아니지만 결과는 압도적으로 울랄라세션의 우승을 예측하고 있다. 심지어 버스커버스커 팬임을 자처하는 누리꾼도 울랄라세션이 이길 것 같다고 눈물지을 정도다. 이렇게 된 이상 슈스케3 결승은 결과에 대한 궁금증보다 두 팀의 진화된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

물론 버스커버스커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고음역 가창력에 치명적인 오디션의 특성상 중음이 매력적인 버스커버스커는 슈스케 당일이 지난 후 더욱 당기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시간 투표수가 당락을 결정하는 까닭에 버스커버스커의 시간차 반응은 아쉽기만 하다. 반면 울랄라세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현장에 강하다는 것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4명의 보컬이 내는 음악적 앙상블은 시청자의 일감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오픈 암스, 서쪽 하늘 그리고 스윙 베이비까지 울랄라세션은 변신에도 능수능란하다.

흠잡을 데는 없지만 심사위원의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만점을 받을 수 없는 울랄라세션이다. 이쯤 되면 반칙이라는 이승철의 찬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결승 경쟁자인 버스커버스커나 톱3에서 탈락한 투개월 등 다른 모든 슈스케 본선 진출자들에게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최소한의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 그러나 울랄라세션은 당장 나가수에 나간다 해도 흠잡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프로 뮤지션의 포스를 풍기고 있다.

울랄라세션의 우승 가능성과 당위성에 대해서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울랄라세션만 아니라 버스커버스커 모두 반칙이다. 마치 단식경기에 단체가 나와 코트를 점령한 모습과 다르지 않다. 톱3에 모두 그룹이 선정되자 일각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톱3 방송은 이에 대해서 김성주가 이승철에게 답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승철이 공정하다고 했으나 논리적으로 설명된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가 아니라 그룹과 솔로를 경쟁시킨 슈스케 자체가 반칙이다. 톱11의 생존율을 간단히 분석해도 그 이유가 드러난다. 슈스케3 톱11은 솔로 7, 그룹 4팀으로 출발해 그중 헤이즈 한 팀만 떨어졌을 뿐 나머지 3팀이 톱3에 안착하게 됐다. 결코 우연한 결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결승만 남겨놓은 슈스케3를 손댈 수는 없다. 다만 다음 시즌을 공정성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즌3부터 도입된 그룹 참가가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결승까지 왔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 그룹의 참가를 금지할 수는 없다. 그래도 솔로의 불리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슈스케 입장에서는 흥행만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 100만 콜의 문자투표를 받는 오디션이라면 공정성을 갖춰야 할 의무를 갖는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위해 그룹을 급히 결성하는 징후가 보인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에 솔로들은 슈스케를 기피하는 현상도 우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수한 솔로들은 위대한 탄생으로 몰리게 될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번 금요일이면 슈스케3는 막을 내린다. 이번에도 슈스케는 성공했다. 다음 시즌에도 다시 성공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먼저 공정한 경쟁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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