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과 케인이 골을 넣으며 연패에 빠졌던 토트넘을 구했다. 앞서 리버풀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던 케인이 복귀해 골로 화답했다.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 토트넘은 말 그대로 공격 루트가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케인이 빠진 후 이에 대처할 선수가 없었다. 상대 팀으로서는 손흥민만 묶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의미다. 실제 상황은 그렇게 전개되었다. 베일이 그 자리를 대신해 출전한 경기에서 엉망이었다. 템포를 제대로 맞춰주지 못하는 베일은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무리뉴의 전략 역시 손흥민에게는 힘겹게 만들 뿐이었다.

공격적인 전술이 아닌 수비적 전술이 주가 되는 상황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손흥민이다. 수비에 치중하는 상황이 많으면 결국 공격 기회를 잡아도 쉽지 않은 경우들이 생긴다. 체력적인 문제가 야기되며, 이미 손흥민만 막으면 된다는 상대의 전략에 이를 타개하기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기뻐하는 케인과 손흥민 [EPA=연합뉴스]

오늘 경기에서는 케인이 빠진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하위팀인 웨스트 브롬과 경기라는 점에서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 경기에서 최하위팀에도 졌던 토트넘이다. 상하위 전력차가 극단적으로 나지 않는단 의미이기도 하다.

전반전, 손흥민과 케인은 공격적으로 나서며 좋은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물론 상대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를 맞거나 살짝 비껴가는 등 골과 인연을 맺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공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게 다가왔다.

첫 골은 후반 9분 나왔다. 촘촘하던 웨스트 브롬의 수비를 뚫은 케인에게 킬패스를 한 호이비에르의 패스 하나가 골로 연결되었다. 전반 조금씩 어긋나던 슛이 후반 들어서는 정확하게 초점을 맞춘 느낌이었다. 토트넘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이 골로 인해 지독하게 풀리지 않던 골운도 열리게 되었다.

케인이 골을 넣자 손흥민도 뛰었다. 케인이 골을 넣은 지 4분 뒤 영혼의 단짝이 되어버린 손흥민이 추가골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패스를 받은 모우라가 치고 들어가자 왼쪽에 있던 손흥민은 전력질주하며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중앙에는 라멜라가 있고, 모우라가 빠르게 드리블을 하며 치고 올라가자 수비는 자연스럽게 이 둘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전력 질주하며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손흥민을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추가골 넣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모우라가 가슴 드리핑을 하며 드리브를 하는 순간을 생각해보면 손흥민이 골을 넣을 것이라는 예측은 불가능했다. 그만큼 멀리 떨어져 시작된 공격은 상대 수비수들도 크게 신경 쓰지 못할 정도였다. 빠른 속도로 공간을 만들자 모우라는 자연스럽게 손흥민에게 패스를 했다.

이 상황에서 육탄전이라도 벌이듯 온몸을 던진 상대 수비의 방해에도 완벽하게 골을 완성시킨 손흥민으로 인해 토트넘은 귀중한 3점을 얻게 되었다. 지난달 6일 리그컵 준결승전 이후 골을 넣지 못하던 손흥민에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을 듯하다.

아주 미세하게 초점이 틀어지며 골이 나오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다. 공식 6경기, 리그 다섯 경기에서 골대를 맞추거나 살짝 빗나가는 슛들이 많았다. 때로는 공력 루트를 막은 상대로 인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며 골은 더욱 멀어져만 갔다.

발목 부상 후 빠르게 회복한 케인으로 인해 토트넘은 다시 정상을 찾았다. 손흥민과 케인 둘중 하나만 빠져도 경기가 심각해지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토트넘의 전력은 문제다. 베일이 뭔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외면하는 수준으로 변모했다.

하이파이브 나누는 케인과 손흥민 [AFP=연합뉴스]

토트넘으로 돌아온 베일은 과거의 경기력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기서 그는 이제는 EPL에서 통하지 않는 수준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가 레알로 돌아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한때 우승권에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토트넘은 어느새 7위까지 밀려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맨시티는 리버풀을 무참히 무너트리며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토트넘으로서는 최종 목표로 4위를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쉽지 않지만 말이다.

손흥민과 케인이 함께하면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은 이번 경기에서 다시 증명되었다. 역설적으로 둘 중 하나가 나오지 않거나, 둘 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토트넘은 리그 최하위 팀과 대결에서도 질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이는 결국 상대팀이 어떤 전략으로 토트넘을 공략해야 할지 모두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무리뉴는 전략을 전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손흥민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해야만 토트넘이 승리를 얻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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