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최장원 새 MBC 통합뉴스룸 국장이 “공판중심주의 보도는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지 말자는 성찰에서 비롯됐다”며 “법조팀 기자들의 도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MBC 보도는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보도국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최 국장은 지난달 27일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불평등,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MBC 뉴스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으로 다가서야 한다”며 “‘누구’를 위한 권력 감시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리의 방향성에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장원 보도국장, 강미영 드라마스튜디오 대표, 조준묵 편성국장, 유해진 시사교양본부장 (사진=언론노조MBC본부 노보)

그는 “MBC의 논조나 해설에는 동의하지 않더라고 ‘MBC 보도는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반론은 취재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고 오보에 대해서는 더욱 열린 자세로 인정하고 사과는 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책 검증을 통해 시청자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정치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 국장은 ‘검찰 받아쓰기’ 보도는 지양하고 공판중심주의 보도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성윤 검찰’과 ‘윤석열 검찰’ 사이에 선택적 받아쓰기를 했는지 방송 결과물만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며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싸움으로 보느냐, ‘검찰 개혁’과 ‘검찰 중립’이라는 가치의 충돌로 보느냐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기사의 방향이 달라지고 기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공판중심주의 보도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로 법조팀 기자들의 도전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최 국장은 MBC 뉴스가 2030 젊은 세대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그들을 연대·지지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사내 성폭력에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보직 팀장 인사, 주요 부서에서 여기자의 비율을 늘려가겠다고도 했다. ‘전문가 기자제도’를 도입해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한 지원을 준비할 예정이며 편집회의 공개를 포함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유해진 시사교양본부장은 시사프로의 공영성 제고와 다양성 확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유 본부장은 “<심야괴담>외에 올해 하나의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존 프로그램도 장르적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PD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유튜버로의 활동을 지원하고, 수익을 회사와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대선국면을 앞두고 외부로부터 들어올 부당한 압력은 철저히 차단하고, 소송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펙트체크 시스템을 만들어 PD들이 프로그램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예능·드라마와는 다른 기준으로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세우고, 본부 인사평가의 경우 개별PD의 성과 외에도 조직에 대한 헌신도를 평가 지표로 삼겠다고 했다.

강미영 드라마스튜디오 대표는 ‘책임프로듀서’(EP. Executive Producer)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드라마 스튜디오를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EP는 드라마 개발·예산·캐스팅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가지며, 외부 펀딩 유치, 사내 유관부서와의 밀착된 협의를 통해 제작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다.

강 대표는 지난 수년간 드라마 슬롯이 축소됐기에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추가로 투자, 편성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OTT오리지널이나 외부 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지상파 외 플랫폼을 염두에 둔 작품 제작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인력유출 방지를 위해 제작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사자가 원치 않는 한 기획PD로의 전직은 없을 것이며 크리에이티브디렉터팀 소속 연출들은 언제든 아이템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조연출도 공모 단막극, 외부 제작사와의 공동 제작 등을 통해 다양한 연출 기회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준묵 편성국장은 ‘자율성’을 강조했다. 조 국장은 “편성 업무 판단과 결정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편성할 생각”이라며 “MBC의 힘은 자율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 간 편성 공백 시 이뤄진 사후조치가 아쉬웠다며 올해는 예상되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장기 콘텐츠 전략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회사를 설득해 편성에 순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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