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본 진출로 인해 국내활동이 대폭 줄어든 소녀시대의 정규 3집 더 보이즈 앨범은 훗 이후 무려 11개월만의 국내활동이다. 3집 발매와 함께 일본 진출로 전면 하차했던 예능에 소시 멤버들이 돌아오고 있어 소녀시대 국내 전략에 변화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MBC 쇼! 음악중심을 떠났던 유리와 티파니가 다시 MC자리로 돌아왔고, 11월에 방영될 청춘불패 시즌2에 1기 멤버 중 유일하게 써니가 기용되었고 그와 함께 효연이 데뷔 후 처음으로 예능에 고정으로 출연하게 됐다.

고정이 아니더라도 소녀시대는 이번 더 보이즈 활동과 더불어 그간 소원했던 국내 활동에 좀 더 정성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뮤직뱅크 이후 슈퍼주니어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나와 그런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19일 공개된 더 보이즈는 소녀시대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 결과를 보였다. 아니 그전부터 뭔가 이상한 변화를 가져왔다. 본래 10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던 앨범을 보름가량 늦춰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공개라는 개념으로 규모를 대폭 확대시켰다.

문제는 그 변화가 미리부터 준비한 것이 아니라 다소 즉흥적으로 적용된 갑작스러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건 놀랍기도 하고, 우려의 소지도 있는 변화였다. 문화 마케팅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는 논술을 푸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SM의 뛰어난 마케팅 분석의 결과라 할지라도 그것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소녀시대라면 불예측성을 상당히 줄여줄 수 있겠지만 애초의 목표보다 훨씬 크게 수정된 것이라면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짐은 당연한 일이다.

일단 공개 첫날의 반응은 뜨거웠다. 발표와 동시에 더 보이즈 뮤직비디오는 유트브를 뜨겁게 달궜고, 미국 아이튠즈 차트에도 높은 순위로 랭크됐다. 또한 국내 한 음원사이트 상위 10위까지를 소녀시대 전 수록곡으로 도배가 됐고, 황제 이승기의 신곡도 소녀시대의 아성에는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팬덤과 대중인지도에서 최고의 위세는 일 년이나 국내 활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녀시대는 더 보이즈를 뮤직뱅크 몇 주 연속 1위라는 수식어를 다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앨범 공개일과 컴백일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보통은 뮤직뱅크 컴백 한 주전에 음반을 발매한다. 그러면 컴백과 동시에 1위라는 소시의 공식대로 진행할 수 있다. 물론 본래 계획보다 2주 늦춰진 일정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컴백과 동시에 1위라는 소시의 공식은 이번에 적용되지 않았다. 지금의 소녀시대를 있게 한 Gee의 9주 연속 1위라는 신화를 기대하는 팬도 있겠지만 이번 정규3집은 그 기록을 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21일 KBS 뮤직뱅크 첫 컴백 무대에 대한 평들이 인색하게 나왔다. 무엇보다 그룹이름처럼 소녀다운 귀여움과 깜찍함의 대명사였던 소녀시대가 런데빌런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낯설었던 점이 가장 컸다. 게다가 후크송에서 탈피하고 대신 랩이 보강된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는 너무 낯설게 보였다. 이것이 데뷔 5년을 맞은 소녀시대의 새로운 도전이며 동시에 필요한 변화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소시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들이 너무 컸던 것이다. 5년 간 쌓아온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런데빌런을 겪었기 때문에 아주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소 급한 변화를 추구한 더 보이즈에는 소녀시대의 노림수와 무리수가 숨겨져 있다. 두 달 후면 주축멤버들의 나이가 24살이 되는 소녀시대이기에 더 이상 깜찍한 여동생들이 될 수만은 없으며, SES, 핑클로 시작된 걸그룹의 전형에서 벗어나려는 노림수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이미지 성숙과 월드뮤직으로의 시장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당하기 위한 변화의 계획일 것이다.

그러나 본래 국내에서 활동하려던 콘셉트를 수정해서 세계 대상으로 확대한 것은 노림수를 성급하게 적용시킨 무리수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두 가지 목표 모두가 소녀시대에게 적합하고도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하나의 앨범으로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물론 그 욕심이 무리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그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의 자리에서 위험부담을 껴안은 변화와 도전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 변화가 낯설기는 해도 환영할 만한 일인 것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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