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포스터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2가에 위한 복합예술공간 에무(EMUSPACE)에서 이달 19일부터 11월 13일까지 ‘광화문에서 길을 잃다(Lost in Gwanghwamun)’전시회가 개최된다.

‘광화문에서 길을 잃다’의 기획자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를 졸업한 예술학박사 박수진 씨다.

전시회 ‘광화문에서 길을 읽다’는 개발독재시대의 기억상실증 도시 서울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프로젝트로 정치경제, 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광화문의 역사성을 되살려 광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

부대행사로 퍼포먼스와 심포지움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G20포스터 ‘쥐그림’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박모 강사의 ‘화답’이 오프닝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전시회 ‘광화문에서 길을 읽다’에는 총 18팀이 참여했다. 강동훈, 강홍구, 김영철, 김태준, 김종구 김태현·이민우, 노네임노샵, 민정기, 박정수, 손원경, 양주혜, 이상권, 이상현, 이수영, 전조, 홍현숙, 프로젝트팀 득능막망 등으로 프로젝트팀 득능막망은 관람객과 함께 서울 곳곳에서 함께하는 번식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투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주요 전시작은 다음과 같다.

- 강동훈, 광화문이 아직 있어요?, 영상, 2011

미국의 한인들은 광화문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실제로 광화문이 없는 곳에서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대상의 부재 안에서의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주관적인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되는 광화문은 마치 그들이 그것에 대한 기억을 잃은 듯 그것을 상징적으로 재해석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광화문이 아닌 같은 공간에서 다른 것을 상상하는 그들은 분명 보이지 않는 광화문에서 길을 잃고 있을 뿐이다.

- 김영철, 그래서,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140x100cm, 2011

무언가를 구걸하듯 하늘만 쳐다보며 광화문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오갔지만 난 이 비석 같은 표지판을 본 건 아주 최근 일이다. 임진왜란 중에 설치된 군영 터, 훈련도감 터라 한다.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 여기는 구세군회관 빌딩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은 커피숍. 가끔씩 사람들은 여기의 조그마한 탁자 같은 비석이 무엇인지 의식하지 못한 채 먹고 남은 빈 플라스틱 컵을 그 위에 올려 놓고 다시 군중 속으로 합류한다. 혹 그 자리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건너편에 흥국생명이라는 간판과 동시에 거대한 거인상을 보게 된다. 이 거인상은 한 손에 망치를 들고 위 아래로 하루 종일 내리치고 있다. 나는 문뜩 왜? …… 그건 아마도 무언가를 두드려서 개조하고, 개발하는……그래서 무언가를 창조하는……뭐 그런 거? 아니면, 현대인의 반복되는 일상을 비판이라도 하는 듯? 뭐든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그런데 난 그 거인상뿐만 아니라 빽빽이 차있는 높은 빌딩을 하루에도 수십 번은 본다. 때로는 그 거인상이 높은 빌딩에 눌려 작고 귀엽게 보일 때도 있다. 이유인즉 아마도 내가 무언가를 구걸하듯 높은 곳만 쳐다보고 다녀서 일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이 비석 같은 표지판 앞에서 여기가 어디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음. 정말 모르겠다. 과거와 현재. 그 맥락을 찾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맥락을 찾는다는 것은 역사적 관계를 찾는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난 그것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벽의 혹처럼 딱 붙어있는 이 비석 같은 표지판이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여기가 어디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맥락 없음에 대한 미안함의 최소한의 표현일지도 모른다는……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그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광화문의 길은 계속 하늘을 향한다.

▲ 김태준, 13970515, 163 x 100 cm, 2011

- 김태준, 13970515, 100x163cm, 2011

작품속에 담겨진 배경의 사진은 세종대왕의 탄생지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이다. 이 배경을 바탕으로 1397년 5월 15일 탄생하셨던 세종대왕의 모습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해보았다. 작품 속에는 알에서 탄생할려는 세종대왕과 그 곁에서 탄생을 고대하고 있는 신하의 모습이다.

- 김종구, 이동하는 쇳가루 그림, 240×70×5cm, 쇳가루, 종이, 나무프레임, 2011

현대 문명의 상징인 공업용 통쇠를 깎아 만든 쇳가루는 자기 소멸하듯 동양화재료인 먹처럼 탄생되었고, 작가는 쇳가루를 현장에서 뿌려가며 현대의 광화문 풍경을 재현하고 전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일명 ‘이동하는 그림’이다.

- 김태현·이민우, 복합감정-광화문 01, 50x107cm, 2008-2011
복합감정-광화문 02, 50x107cm, 2008-2011

세상의 모든 공간에는 의미가 흐른다. 광화문 역시 그렇다. 그곳에는 치욕의 역사와 영광의 역사가 교차할 뿐만 아니라 즐거웠던 혹은 괴로웠던 개인의 역사 또한 동시에 마주친다. 한 공간의 의미를 완성시키는 것은 물리적 공간과 시간, 그리고 흔들리는 주체가 함께 만났을 때다. 같은 공간 위에 다른 시간을 교차시키는 주체는 그 곳에서 복합적인 감정에 빠져든다.

▲ 박정수_세계가 서울을 주목합니다_2010

- 박정수, 세계가 서울을 주목합니다. 2011

2010년 10월 31일 새벽 1시 나는 종로 네거리 차로 난간에 걸터앉아 가판대 벽면의 G20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 본을 붙이고 스프레이식 래커를 분사했다. 경찰의 통제선을 넘은 나의 몸은 극도로 긴장했고 심리적 금지선을 넘은 나의 영혼은 해방감으로 들끓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광화문 네거리를 쳐다보았다. 10월의 마지막 밤 공기를 가르며 한 줄기 바람이 뺨을 스쳤다. 시원하고도 가벼운 바람이었다. 그 가벼움은 무거운 중력을 거스르는 가벼움이며 그 시원함은 답답한 공기를 날려 버리는 시원함이었다. 허위와 냉소가 만들어낸 시대의 무거운 공기에 나는 그렇게 맞섰다.

- 이상현 황성옛터 110x186cm 2007

오늘 우리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일은 서울이 디자인 수도라 부르는 것이며 광화문광장이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 이수영, 피맛골 연가, 2011
“떠나다니? 어디로?”
“달나라로!”

비행접시를 타고 온 외계인들이 영희를 태워갔다는 소문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조세희
광화문 피마골이 사라졌다.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시던 피맛골 ‘열차집’ 자리에서 나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떠올렸다. 영희가 사라진 행복동 재개발 현장은 여기서 멀지 않다. 영희는 은차철도 999를 타고 떠났을 것이다. 어린 시절 그 열차는 언제나 슬픈 곳으로 우리를 데려갔었다. 영희가 치던 줄 끊어진 기타를 들고 열차집을 위해 천도제를 지내주고 싶다.

▲ 전조, 21c 광화문 구보씨, 100x56cm, 2011

- 전조, 21c 광화문 구보씨, 56X100cm, 2011

변화하는 시대 소설 속 구보씨는 현재에도 존재한다. 소설 속 구보씨는 서울의 이곳 저곳을 정처 없이 배외하며 시간이 흘러가고 시대가 변화하여 광화문 앞에 맞닥트렸을 때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광화문 거리의 변화 속에 멈춰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더욱더 깊어지는 감정은 어쩌면 소설 속 구보에서 광화문 앞에 늘어선 수많은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 홍현숙, 풍경의 틈, 영상, 2011

늘 풍경으로만 지나친 광화문광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다. 구르다. 달리다. 눕다. 서다. 있다. 풍경의 일부가 되어 풍경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다. 풍경 안에서 놓치는 것과 풍경 밖에서 얻는 것.

- 프로젝트팀 득능막망, 번식하는 기억드로잉-우리의 럭키 서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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