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3와 위대한 탄생2는 예림들이 먹여 살리고 있다. 슈스케3에 손예림과 김예림이 있다면 위대한 탄생2에는 신예림이 있다. 위탄2의 신예림은 예선에서 절대음감을 선보여 박정현을 깜짝 놀라게 했고 해외파의 존재감에서 뒤지는 국내파의 체면을 세워줄 재목으로 진작부터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예선을 통과한 137개 팀을 반으로 줄이는 위대한 캠프 첫 번째 심사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신예림은 전과 같지 않은 불안한 모습으로 멘토들의 불만을 샀다.

뮬란OST인 리플렉션(Reflection)을 부른 신예림은 전체적으로 불안한 음정으로 예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많은 기대를 받아왔던 신예림이기에 멘토들은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지만 첫 소절부터 더 불안한 음정을 보였고 멘토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대로라면 신예림은 탈락할 것만 같은 불길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신예림의 노래는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당락여부도 다음 주로 미뤄졌다.

그런데 이 장면이 대단히 낯익다. 바로 슈퍼스타K 슈퍼위크 첫 심사에서 손예림의 당황한 모습으로 끝났던 장면과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꼭 같다. 그 대상이 이름만 같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라는 것까지도 같다. 당시 손예림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불렀지만 후렴부를 부르지 않은 채 노래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이승철은 손예림에게 “왜 후렴을 부르지 않았냐”고 지적해 손예림을 당황시켰고, 그 장면에서 방송이 끝나 곧바로 손예림 탈락위기가 아니냐는 말이 떠돌았지만 그것은 그저 낚시였을 뿐이었다.

어쩌면 슈스케3의 손예림보다 음악적으로 더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위탄2의 신예림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다. 박정현을 놀래킬 정도의 절대음감을 가진 신예림이 연거푸 음정불안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캠프 첫 번째 방송의 엔딩은 ‘최대 기대주 신예림! 최악의 탈락위기’라는 자막으로 장식되었다. 그것뿐만 아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고개를 숙인 신예림의 모습 위로 ‘그리고 멘토들의 충격적인 결정...’이라는 자막이 흘렀다.

엔딩 화면만 놓고 보자면 신예림은 탈락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정말 그랬다면 ‘과연 예림의 운명은?’이란 자막으로 여지를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탄2 역시 슈스케3가 그랬듯이 어린 참가자를 이용해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된다. 설혹 떨어지더라도 신예림의 부활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모두 유망주를 일단 탈락시킨 후 다시 합격시키는 방법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위탄2도 슈스케3가 이미 단물을 다 뽑아버린 유망주 롤러코스터 태우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캠프 첫 번째 심사에서 나름 합격자들이 나왔지만 신예림을 비롯해서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예선을 능가하는 결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배수정만이 이름값을 했다. 더 많은 유망주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부멘토와 보컬 트레이너까지 투입되어 연습을 거친 결과치고는 위대한캠프 첫 무대는 기대 이하였다.

그것은 비단 이번 주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아직도 먼 위탄2 전체 일정에 대한 불안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 불안을 씻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음 주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야만 할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신예림을 그 희생양으로 삼았다면 악마의 편집과 비교되는 점잖은 편집으로 칭찬을 받은 위탄2로서는 두루두루 체면이 깎일 일이다. 가뜩이나 슈스케 따라하기라는 태생적 부끄러움을 갖고 있는데 편집까지 모사하는 것이니 지상파 방송의 위신을 찾기 어렵다.

위탄은 멘토제라는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멘토들은 시즌1과 달리 독설이 사라졌다. 윤일상과 윤상이 예선에 강한 어조로 심사를 했어도 그것은 독설보다는 직설에 가까웠다. 설혹 독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탄2 멘토들은 대체로 참가자들을 긍정적으로 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 멘토들에게 반발하고 욕하는 맛이 떨어진 것이 아쉬운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심사보다는 멘토링이 먼저인 위탄의 근본취지에 적합한 변화이고 발전된 모습이었다.

멘토들의 자상하고 온화한 분위기의 영향인지 위탄2는 슈스케3와 달리 논란 없이 무사히 예선을 마쳤다. 그런 위탄2에서 슈스케3의 불건전한 편집을 따라하는 우를 범한 것은 아주 큰 실망을 줄 수 있다. 위대한 캠프는 궁극적으로 멘토스쿨에 합류할 최종 스무 명 가량을 추려내기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기 위해 탈락자의 부활은 불가피한 장치다. 또 그것이 예능적인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멘토들의 긍정적인 변화에 역행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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