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오랜만에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나가수 8라운드 1차 경합의 미션은 듀엣이었고, 여기서 바비킴은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자신의 팀인 부가킹즈와 예전에 불렀던 ‘물레방아인생’을 멋지게 소화해내 청중평가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내면서 1위에 올랐다. 그런데 방송 후 반칙설이 제기되었고 급기야 바비킴은 반칙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모처럼 잔잔했던 나가수에 뜨거운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나가수의 룰에 대단히 엄격하다. 바비킴을 옹호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으나 김건모와 JK김동욱 등을 나가수 무대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원칙론자가 우세하다. 이미 여러 차례 홍역을 겪은 상황이니 그 원인에 대해서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냥 그런 것이 나가수의 묵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경향을 모를 리 없는 가수들로서는 서바이벌에 충실하는 것보다 논란에 주인공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더 클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그것을 만드는 제작진도 덩달아 인기를 끌기 마련인데 나가수만은 예외의 경우다. 김건모 재도전 사태로 나가수를 맡게 된 신정수PD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얘긴 다시 말해서 제작진이 해야 할 바를 잘 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칭찬은커녕 옥주현 등장과 함께 불거진 편집조작과 위인설관적 룰변경 등으로 한동안 도마 위에 올라 변명하기 급급했던 모습이 더 크다.
이번 듀엣미션 반칙문제 역시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이 할 바를 똑바로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바비킴 측이 제작진과 다른 가수들과 사전조율을 거쳤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그러지 않더라도 제작진은 바비킴의 조합에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듀엣 미션의 취지가 솔로 가수들의 하모니를 들려준다는 것인데 자기 그룹과 출연하겠다는 바비킴을 말리지 않은 것도 큰 잘못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비킴이다. 지금까지 룰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면 자진하차로 이어졌다. 바비킴의 반칙에 강경한 입장에서는 그것을 원할 수도 있겠고, 이전 가수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도 그것이 옳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하차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사전에 제작진이 조율하지 못한 잘못으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가수의 책임보다 전적으로 제작진의 잘못이 더 크다. 시청자가 발견하기 전에 제작진 차원에서 먼저 걸러졌어야 할 문제였다.
자문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심사위원이 아니라 자문위원이라면 비평보다는 실제로 가수들이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고 나가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제반사항을 제작진과 조율하는 것이 직책에 맞을 것이다. 나가수의 문제점을 제작진이 미리 알아차리지 못할 때 그것을 발견하고 바로잡는 것이 자문위원이 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임무가 될 것이다. 그런 임무가 없다면 다음 주부터라도 자문위원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다른 적당한 이름으로 바꿔야 옳다. 제작진과 자문위원들이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했다면 이번 반칙논란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불필요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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