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이 컵대회 4강에서 값진 쐐기골을 넣으며 토트넘 무관의 한을 풀 기회를 만들었다. 다른 우승보다 레벨이 낮기는 하지만, 토트넘으로서는 우승컵을 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토트넘이 상위권 팀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우승팀이 아니라는 것은 문제다.

4월에 개최될 카라바오컵 결승에 토트넘이 선착했다. 맨유와 맨시티의 지역 라이벌 경기 승자와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이번에는 우승컵을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 시즌도 그렇지만 맨유와 맨시티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토트넘이기에 더욱 기회다.

토트넘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컵 대회에 핵심 자원들이 모두 나오는 라인업을 짰다는 것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리그 경기가 끝난 후 바로 이어진 컵 대회다. 4강전이라고 해도 2부 리그 브랜트포드와 경기라는 점에서 주전을 모두 내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무리뉴 감독이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라는 것은 토트넘의 무관의 한을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존재했다. 현재 토트넘 선수들 중 우승컵을 든 선수가 없다. 뛰어난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다수이지만 우승컵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질주하는 손흥민 [AP=연합뉴스]

영국 대표팀의 주전이자 전설이 되어가는 케인이 이적을 고민하는 단 하나의 이유도 우승컵 때문이다. 커리어에서 수많은 기록을 쌓고 있음에도 클럽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손흥민 역시 우승컵이 누구보다 간절한 선수 중 하나다.

무리뉴 감독으로서도 자신의 커리어에서 2년 차에 우승컵을 들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팀에서 우승컵을 들지 못한 팀이 나오는 것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절박함들이 카라바오컵 4강전을 이끌었다.

2부 리그지만 4강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결코 만만하게 볼 팀은 아니라는 것이다. 며칠 후 카라바오컵보다 권위가 높은 FA컵이 기다리고 있지만, 8부 리그 팀과 경기라는 점에서 무리뉴의 선택은 자명했다. 그리고 결과는 빠른 시간 안에 드러났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함께한 파티 논란으로 인해 질타를 받았던, 레길론이 왼쪽 풀백으로 출전하며 속죄의 패스를 보였다.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브랜트포드 중앙으로 향한 볼은 시소코의 헤더로 연결되었다.

시소코 앞에 190cm에 가까운 수비수가 점프까지 했지만 넘어간 레길론의 패스는 완벽하게 시소코로 향했고, 전반 12분 첫 골을 만들어냈다. 완벽한 결과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골이 늦게 나오면 그만큼 고전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득점하는 손흥민 [AP=연합뉴스]

전반 14분 손흥민이 중앙에서 감아찬 슛이 골키퍼에 막히는 장면은 아쉬웠다. 좀 더 휘거나 빨랐다면 골로 연결될 수 있었다.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제쳐내며 골키퍼에 막히는 상황을 만드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손흥민이라는 점에서 골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움이다.

공격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손흥민의 역할은 돋보였다. 전반 38분 박스 안에서 슛을 몸을 날려 막아내는 장면을 보면 그가 어떤 선수인지 잘 드러난다. 공격이 주목적인 손흥민이 굳이 몸까지 날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상대 슛을 막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는 그의 모습은 현지 전문가들의 호평까지 받았다.

1-0으로 경기를 마친 토트넘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후반 18분 브랜트포드의 코너킥 상황에서 토니가 헤더골을 넣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로 판명 나며 동점 상황은 무산되었다. 4강전부터 VAR이 실행되며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전 경기에서 손흥민의 완벽한 골이 노골로 취소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VAR이 있었다면 골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랬다면 유럽 150골은 리그 100호 골과 함께 기록되었을 것이다. 토니가 무릎을 꿇은 상황에서 오프사이드가 발생하며 브랜트포드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브랜트포드의 오프사이드가 나온 이후 토트넘은 후반 25분 은돔벨레의 패스를 받고 쐐기골을 넣었다. 중앙에서 케인이 볼을 잡아 은돔벨레에게 전달하고, 최전방으로 달려가는 손흥민을 향해 킬패스가 이어졌다. 수비수들이 집중적으로 밀집한 상황에서도 라인 브레이커답게 수비수 사이를 빠져나와 골키퍼와 1:1 찬스에서 완벽한 골을 만들어냈다.

쐐기골 넣고 좋아하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실수할 손흥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골을 넣기 전인 후반 15분에도 멋진 슛을 선보였었다. 선제골을 넣었던 시소코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공을 하프발리슛을 했다. 하지만 공은 아쉽게도 살짝 골대를 벗어나며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 케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흥민은 활발하게 토트넘을 이끌었다. 여기에 중원을 진두지휘하는 호비에르가 상대 선수의 태클로 인해 피를 흘리면서까지 투쟁심을 보인 과정들은 올 시즌 토트넘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실질적인 토트넘의 리더라고 평가받는 호비에르의 이런 투쟁심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영리하면서도 이타적인 월드클래스 손흥민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현재 토트넘은 무관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4월 맨체스터 더비 승리팀과 결승을 하게 될 토트넘이 과연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지 기대된다. 여기에 레알이 손흥민 영입에 나섰다는 기사까지 반복해서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손흥민이 어디까지 성장해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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