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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사태, 구씨 형제가 결자해지해야[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1.10.11 10:17

김기태 감독의 선임을 둘러싸고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LG 트윈스는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인 쌍둥이마당(이하 ‘쌍마’)을 지난주 금요일인 10월 7일 밤 12시에 사전 공지 없이 갑자기 폐쇄했습니다. 그로부터 81시간이 훌쩍 넘은 10월 11일 오전 9시 현재 쌍마는 여전히 폐쇄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LG 구단 측에서는 서버가 폭주했지만 담당자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10월 10일부로 LG 트윈스 홈페이지에 ‘2011 팬클럽 야구 대회 일정 안내’가 공지된 것을 보면 담당자가 휴가를 갔다는 해명은 참으로 궁색하기 그지없는 거짓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다른 기능은 멀쩡히 수행되지만 쌍마만 유독 열리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 역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박종훈 감독 사퇴 → 김기태 감독의 성급한 선임 → 쌍마 폐쇄’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LG 프런트가 치밀하게 사전에 준비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LG는 시즌 중에는 박종훈 감독 이하 선수단이 부진한 성적으로 추락을 거듭하며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라는 신기록을 세우는 불명예로 화제에 오르더니 페넌트 레이스가 종료되자마자 팬들의 바람을 저버린 감독 선임과 자의적인 게시판 폐쇄로 오명을 쌓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횡을 일삼는 LG 프런트에 있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보다 윗선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LG 트윈스의 구단주는 지난 8월 구단주 대행으로 선임된 신용삼 LG 경영개발원 사장입니다. 전임 구단주였던 구본준 부회장이 LG 전자의 경영에 전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LG 트윈스 구단주 이임의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또 다른 이유는 형인 구본능 희성 그룹 회장이 KBO 총재에 선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형이 한국 프로야구를 관할하는 조직의 장을 맡았으니 동생이 특정 구단의 구단주 직책을 유지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 10월 6일 삼성과의 시즌 최종전이 종료된 후 선수단이 펼쳐보인 현수막. 하지만 그 다음날 LG는 쌍마를 폐쇄하며 팬들의 사랑을 저버렸습니다. 많은 이들은 LG 프런트의 전횡에서 비롯된 현 사태를 결자해지할 수 있는 것은 오너 형제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삼 구단주 대행이 ‘대행’ 딱지를 달고 있듯이 LG 트윈스의 실질적인 오너는 여전히 구본무 LG 그룹 회장과 구본준 LG 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전임 구단주인 구본무 회장과 전임 구단주 구본준 부회장 형제의 LG 트윈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구본무 회장은 구단주 재임 시절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전원을 한남동 자택으로 불러 격려한 바 있으며, 구본준 부회장은 올 시즌 중 여름에 체력이 떨어진 LG 선수 전원에 보약을 지어 선물한 바 있을 정도로 야구단 사랑이 각별합니다. LG가 거액의 FA 선수를 속속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룹 최고위층인 구본무, 구본준 오너 형제의 야구단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과감한 지원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야구 사랑이 지극하니 김기태 감독 선임에도 오너 형제의 의중이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박종훈 감독의 임명 이전에도 구단주였던 구본준 부회장이 야구인 골프 대회에서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에 직접 호감을 표시하며 차후 감독 임명에 대해 암시했다고 보도된 바 있습니다. 박종훈 감독의 후임인 김기태 감독의 선임 역시 오너 형제가 직접 지시하든가 최소한 결재 라인을 통해 보고되었음은 분명합니다.

박종훈 감독의 선임 당시에도 특정 인맥이 LG 프런트를 장악했다고 우려하는 기사가 나갔고 2년 전 김기태 2군 감독 내정 시에는 차기 감독이 보장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2년이 지난 현재 우려와 소문은 모두 현실화되었습니다. 설득력 없는 신임 감독 인선으로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에 신물이 난 팬들의 반발이 없을 것이라 믿었다면 너무나 안일한 상황 판단이며 오너 형제 주변에는 LG 프런트를 포함해 달콤한 말만을 앞세우는 인사들로 인의 장막이 형성된 것이 분명합니다.

구본무, 구본준 형제가 LG 트윈스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LG 그룹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을 것입니다. 비록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팬들은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며 ‘선수보다 더한 독종 LG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줄무늬 유니폼에 집중하는 LG팬들은 형편없는 성적의 선수단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프런트는 불신해도 야구단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오너 형제에 대해서만큼은 항상 존경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둘러싸고 팬들의 인식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LG 프런트의 전횡에 대해 오너 형제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못한다면 야구단에 대한 오너 형제의 지극한 사랑은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 의심받을 것이며 LG 그룹 전체와 오너 형제의 이미지 실추까지 이어질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야구단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과감한 인적 쇄신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 사태에 대한 결자해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은 오너 형제뿐입니다. 야구단에 있어 구단주가 신과 같은 존재라면 ‘신의 한 수’가 필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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