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입성이 완료되었다. 토론토와 샌디에이고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변수는 마이너 거부권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적 후 적응 과정에서 부진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 행이 결정되면 다시 메이저로 올라가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라는 점과 핵심 선수 연봉이 아니면, 주전 자리를 보존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김하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너 거부권'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이를 보장했고, 김하성은 이제 SD맨이 되었다. 현재 알려진 것은 연봉 700~800만 불 수준이다. 특급 선수 연봉은 아니지만, 한국인 야수로 메이저에 입성하며 이 정도 금액이라면 나쁘지 않다. 샌디에이고 구단 입장에서도 실패해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 수준이 아니다.

KBO에서 명성이 대단한 유격수다.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수비와 타격 능력을 갖춘 선수를 이 정도 금액에 데려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샌디에이고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부가적인 수입도 충분히 가능하니 말이다. 국내 방송 판권과 유니폼 판매 등 부가적인 수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김하성이 최악의 부진만 겪지 않는다면 투자 금액 이상의 수익은 충분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 입는 김하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샌디에이고에는 특급 내야수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붙박이로 나설 수밖에 없다. 메이저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그를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제로다.

3루수 자리에는 매니 마차도가 있다.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는 마차도를 김하성이 넘어서기는 어렵다. 김하성이 주로 수비를 하던 유격수와 3루수 자리는 메이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가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2루수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2루 자리를 채워야 하는 것은 부담일 수도 있다. 더욱 샌디에이고에는 2루수로 신인상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존재감을 보인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있다. 현지 매체에서는 김하성과 플래툰을 이루거나, 제이크가 외야로 나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인상 2위에 오른 제이크를 외야로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샌디에이고 측이 김하성을 높이 보고 있다는 점은 반갑게 다가온다. 더욱 샌디에이고가 폭풍 영입을 하며 월드 시리즈 우승 도전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반갑다. 김하성 영입 소식과 함께 템파베이 에이스인 블레이크 스넬을 유망주 4명을 내주고 영입에 성공했다.

메이저 내에서도 톱클래스인 팜 시스템을 이용해 최고의 투수를 영입했다는 점은 샌디에이고가 2021 시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 시카고에서 다르빗슈 유까지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올 시즌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는 점에서 샌디에이고의 선택은 과감하다.

스넬과 다르빗슈를 데려온 샌디에이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올 시즌 FA 최대어라고 꼽히는 바우어까지 영입할 움직임이다. 바우어를 샌디에이고가 데려오겠다는 의지는 팬과 대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구단에서 팬들을 앞세워 바우어 영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니 말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 입는 김하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넬은 2018 사이영상 수상자다. 바우어는 올해 사이영상을 받았다. 다르빗슈는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여기에 샌디에이고가 탐내는 또 다른 투수인 디넬슨 라멧은 올해 4위를 기록했다. 만약 샌디에이고가 노리고 있는 선수들을 다 영입한다면 같은 리그의 월드 시리즈 우승팀 LA 다저스를 넘어설 수도 있다.

매니 마차도를 데려온 이유 역시 우승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여기에 부족했던 투수진을 대폭 강화한다면 LA 다저스를 능가하는 우승 후보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라인업과 추가 영입 가능한 선수들을 생각해보면 우승이 결코 꿈은 아니다.

이런 광폭 행진을 하고 있는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반갑다. 물론 샌디에이고로서는 보험의 가치로 선택한 측면도 높다. 내야 유틸리티가 가능한 김하성이 팀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이든 김하성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꿈이었던 메이저 입성도 모자라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니 말이다. 김하성 스스로 매니 마차도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니 그의 만족도는 최고일 듯하다.

김하성이 어떤 결과를 낼지 알 수는 없다. 야수의 성공 시대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김하성의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 야수들의 메이저 입성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반 적응만 잘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김하성의 2021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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