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의 자우림은 형식상 YB 대신 참여하게 됐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를 성급하게 구분 지으려는 시도는 대단히 성급하고 또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자우림 스스로 말했듯이 두 밴드는 밴드라는 형식만 같을 뿐 음악의 방향은 다른 탓이다. YB가 7라운드 동안 화려하고 통쾌한 록의 맛을 보여 주었다면, 자우림은 폭발력은 조금 줄이는 대신 김윤아의 보컬에 어울리는 섬세한 음악적 시도를 해오고 있다.
자우림은 첫 번째로 무대에 섰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겠지만 김윤아가 입고 나온 새하얀 원피스는 어떤 샤머니즘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었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대단히 도시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샤머니즘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의외인데 그것은 어쩌면 1절이 끝난 후 무대로 등장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물놀이의 본래 것인 풍물에서는 공연하는 것을 굿이라고 표현한다. 풍물굿이라는 말은 흔히 들어볼 수 있다.
우선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서서 등장하는 것에 놀랐다. 흔히들 사물놀이가 아주 전통적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김덕수, 이광수 등이 1978년 처음 사물놀이를 선보이면서 풍물은 수천 년의 역사를 뒤집는 대변혁을 겪게 됐다. 본래 사물은 불교의 목어(木魚)·운판(雲板)·법고(法鼓)·범종(梵鍾)의 4가지 의물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풍물의 꽹과리, 징, 북, 장고로 단순화시킨 지금의 사물놀이가 워낙 인기를 끌다보니 이제는 불교의 사물보다 풍물악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의 사물놀이는 전통의 풍물굿에서 음악만 가져온 것이다. 그런 단순화작업을 통해서 우리의 타악이 대중성을 넓힌 공로는 분명하지만 풍물이 가진 더 많은 의미들이 뒷전이 되는 문제도 낳았다. 또한 풍물에서 음악만 가져온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풍물은 선반으로, 사물놀이는 앉은반으로 그대로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렇다고 해도 앉아서 연주하는 모습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나가수처럼 관심이 높은 프로에 과감하게 서서 등장하고 또 연주하는 모습은 과감한 변신(?)이었다.
그리고 자우림은 1차 경연 때와 같은 3위를 차지했다. 김윤아는 자우림만의 연주가 아니라 김덕수 사물놀이패와의 협연이기 때문에 다른 때와 달리 하위권은 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것은 자신들의 실험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그들의 존경심을 보인 것이다. 그런 자우림의 바람이 통했는지 비록 1위는 김경호가 가져갔지만 자우림은 3위라는 무난한 등수를 받을 수 있었다.
국악명인인 사물놀이의 대명사 김덕수가 흔쾌히 출연한 것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자우림이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나가수에 끌어들인 일은 국립국악원이 일 년 내내 국악대중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다. 그것은 자우림도 생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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