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상 무언가 소식을 듣고 정보 중에서 선택을 하며 내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하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하루에 생산되는 정보량이 너무 많아 이 모든 정보를 다 섭렵하고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필요한 선택만 할 뿐이지, 모든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좋은 정보, 바른 소식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보니 정보의 홍수시대에 바른 뉴스를 선택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도 기자를 갖추고 편집국 체제를 완벽하게 갖춘 기성 언론사에서 1인 미디어시대 답게 1인 기자가 생산한 정보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생산된 정보 가운데 어떤 것을 더 믿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독자들이나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소식, 바른 정보를 전달해줄 바른 언론이 중요하다.

▲ 2008년, 옥천 언론문화제 모습 ⓒ미디어스
지금 옥천에선 제9회 언론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일제하 우리 언론의 자화상을 독자, 주민들에게 알렸던 1999년부터 이곳 옥천에서 조선일보바로보기 시민모임이 구성돼 운동이 일었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언론개혁과 아울러 바른 언론 만들기를 위한 시민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이 시민운동은 좀더 범위를 넓혀 전체 언론의 개혁을 도모하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을 아울러 주민 곁으로 가는 언론을 꿈꾸는 언론문화제로 확대됐다.

이 작은 시골 옥천에서 언론문화제가 열리게 된 이유가 무어냐고 물을 분들도 있으리라.

그것은 적어도 우리 언론이 국민들을 속이고, 거짓말 치며 독재정권에 빌붙어 재산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과거 행태를 벗어나 제대로 된 언론상을 보여주고 알권리를 제대로 전달해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이들의 열정이 옥천에서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 하나, 옥천에는 언론문화제가 열릴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일제하인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독립신문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줄곧 항일정신을 드높인 기사를 쓰며, 조선중앙일보를 인수, 독립운동을 이끈 유정 조동호 선생, 온국민의 국민가요가 된 ‘향수’의 시인 정지용 시인, 정지용 시인은 해방 후 창간된 경향신문 주필을 맡아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는 단문 칼럼 ‘여적’을 처음 쓴 언론인이기도 했다.

또 한 분,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청암 송건호 선생이다.

한국 언론민주화운동의 산증인으로,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수호투쟁에 뜻을 함께 하며 편집국장 직책을 과감히 던지고 언론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던 언론인. 온갖 박해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사 연구에도 몰두, 커다란 족적을 남겼으며, 1988년 국민주신문인 한계레신문의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던 이다.

이 정도면 옥천에서 언론문화제를 연다 해도 그 배경은 충분히 설명이 될 수 있을 터.

▲ 2008년, 옥천 언론문화제에서 아이들이‘조중동 떡메치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스
이번주 월요일부터 시작된 제9회 언론문화제 주제는 ‘정치, 지역에 답하라’이다.

일주일에 걸쳐 네 번의 강연. 이들은 모두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은 올해 풀뿌리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다.

환경운동에 출발해 풀뿌리 정치운동가로 변신, 녹색과 생활정치 실천가로 뛰고 있는 경기도 과천시의회 서형원 의장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주부에서 시민운동을 거쳐 3선 풀뿌리 정치가로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회 홍미라 의장이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 주민들의 열기 속에 강연을 마쳤다.

금요일에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후 광주시 서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어 활동하고 있는 이병완 의원으로부터 새로 풀뿌리 정치에 몸담은 얘기를 들었으며, 24일에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으로 진보의 가치를 동네에서 실천하고 있는 노회찬 전 국회의원이 강연에 나선다.

24일에는 또 지역언론 지원조례가 갖는 의미에 대한 토론회를 비롯해 옥천 지역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 참여해 옥천군 착한경제 페스티벌을 펼치며, 옥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유기농음악회도 선을 보인다.

25일에는 제9회 조선일보 반대 옥천마라톤대회가 옥천 일원에서 펼쳐져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달리기를 통해 느끼는 시간을 가진다.

풀뿌리정치는 생활정치다.

이 세상 정치가 아닌 것이 없으나 풀뿌리 정치야말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얘기이고, 이웃들의 숨소리까지 모두 들리는 현장인지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의 시금석이다. 이병완 의원의 얘기지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잡아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곳에서는 독재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독선과 독재가 발 붙이지 못하는 진짜 민주주의가 제대로 가동되는 풀뿌리 지방자치, 풀뿌리 정치이다.

어쨌거나 이런 정치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바른 언론이다.

언론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때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성숙한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은 바로 선 언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우리가 매일 숨쉬고 있는 공기와 같은 것이어서, 옆에 있어도 별로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 주민들의 반응이다.

당장 주민들과는 별 관련이 없는 듯이 보이는 언론이란 정보 생산매체는, 어떤 때는 괴물이 되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며 생각까지 통제하는 강력한 세뇌수단에 가깝다.

자신의 생각까지 바꾸는 언론 속에 파묻혀 살면서도 ‘나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불감증에 걸린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의식 성장이 두려웠던 권력집단과 그에 동조한 언론에 의해 이런 무관심은 더욱 육성된다.

작고 소박하지만 옥천에서 매년 펼치고 있는 언론문화제는 나와 언론이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바른 언론을 향유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너른 마당으로 안내할 것이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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