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2:2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한 심수창이 LG전에 처음으로 등판해 이목을 집중시킨 경기에서 LG 타선은 심수창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지만 주키치의 호투에 힘입어 승리, 넥센전 6연패에서 탈출했습니다.

선발 주키치는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는데 7피안타 4볼넷이 말해주듯 많은 타자들을 출루시켰으며 구심의 판정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2회초 1사 만루, 3회초 2사 1, 3루, 5회초 1사 2루, 6회초 무사 1, 2루, 8회초 2사 2루의 실점 위기에서 단 한 명의 주자도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주키치는 저조한 득점 지원에도 승리를 거두며 10승 고지에 올라섰는데 LG 외국인 투수의 10승은 2008년 10승 10패를 기록한 옥스프링 이후 3년 만입니다.

▲ LG 선발투수 주키치 ⓒ연합뉴스
주키치는 오늘도 8이닝을 투구하며 시즌 177.2이닝으로 8개 구단 투수 중 압도적인 최다 이닝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10승에 올라선 외국인 투수이니 주키치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키치로서도 10승에 옵션이 걸려 있었다면 오늘 경기로 채운 것입니다. 따라서 주키치를 남은 경기에서는 주당 1회 정도만 등판시키며 지친 어깨를 추스르며 내년 시즌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9월 14일 두산전 관전평 (바로 가기)에서 해리거의 전례를 언급했던 바와 같이 지나치게 많은 이닝을 선발 투수로서 소화하는 것은 이듬해에 무리가 될 수 있기에 당장 이번 주 일요일 잠실 SK전에는 주키치를 등판시키기보다 한희나 임찬규를 선발로 기용하며 내년 시즌 선발진에 대해 구상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주키치에게 승리를 안기기는 했지만 LG 타선은 오늘도 전혀 미덥지 못했습니다. 5점대 평균자책점의 심수창을 상대로 스스로의 힘으로 뽑은 점수가 이택근의 솔로 홈런에 의한 단 1점이었다는 점은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1회말 2사 1, 2루의 득점권 기회가 무산된 이래 4회말 1사 2, 3루 기회에서도 1루수 박병호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LG는 추가 득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장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7회초 상대 실책이 수반되며 얻은 무사 3루의 기회였습니다. 무사 3루라면 두 명의 타자 중 한 명이 외야 플라이만 기록해도 득점할 수 있는데 오지환은 삼진으로, 대타 박용택은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LG는 6월 16일 잠실 SK전 9회말 무사 3루에 이어 또 다시 무사 3루 기회를 무산시킨 것인데 이제는 그 어떤 LG 타자라도 무사, 혹은 1사 3루에서 타점을 얻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LG 타자들이 상황에 맞는 타격을 전혀 숙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사 혹은 1사 3루라면 허리 위로 오는 높은 공을 선택해 가볍게 걷어 올려 외야로 타구를 보내야 하는데 허리 아래로 떨어지는 낮은 공을 억지로 맞히려 하니 삼진이나 내야 땅볼로 인해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구안을 갖추지 못한 탓도 큽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만 타구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연습을 통해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익혀야 하는데 경기 전 타격 연습에서 타구를 외야로 보내 3루 주자를 불러들이겠다든가, 아니면 타구를 굴려 1루 혹은 2루 주자를 진루시키겠다든가 하는 상황에 맞는 타격을 연습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혹시 타격 연습에서 무작정 모든 타구를 담장 너머로 보내겠다는 식으로 연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LG의 감독과 타격 코치, 그리고 타자들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사 혹은 1사 3루의 절호의 기회에서의 유독 잦은 득점 실패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마무리 송신영은 오늘 2:0으로 앞선 9회초 안타와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2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는데 최근 몸쪽 승부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입니다. 오늘도 경기를 마감할 수 있는 2사 1루에서 박정준을 상대로 몸쪽으로 투구하다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는데 유독 몸쪽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비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애당초 140km/h를 약간 상회하는 송신영의 구속으로 과감히 몸쪽 승부를 하기는 어렵다 해도 바깥쪽 승부 일변도가 될 경우 상대 타자들이 몸쪽은 버리고 바깥쪽 공만 노려 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9월 1일 문학 SK전에서 송신영이 2사 후 박진만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블론 세이브로 연장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투구 역시 바깥쪽 공이었습니다.

두산 시절 진필중도 한때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각광받았지만 2003년 FA로 LG에 입단한 이후 30대를 넘어서며 구속이 떨어지자 몸쪽은 포기하고 바깥쪽 일변도의 투구를 하다 바깥쪽만 노려 공략하는 상대 타자들에게 난타당하며 선수 생명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습니다. 거액을 들여 진필중을 영입하며 팀 내 정신적 지주 이상훈까지 내친 LG는 마무리 투수 공백을 메우지 못해 다년 간 곤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부담으로 인해 송신영이 과감하게 몸쪽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송신영을 넥센 시절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기용하고 젊은 마무리 투수를 새로 물색하는 방안 또한 고려해야 할 듯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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