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한화를 상대로 재역전승하며 이번 주 첫 승을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이대형과 김태완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이대형은 4:4 동점이 된 7회초 2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로 결승 타점을 기록하며 6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 2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하체가 수반되지 않는 타격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대형은 LG에 있어 매우 소중한 선수입니다. 현재 LG는 장타력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동력 또한 갖추지 못한 팀입니다. 단타에 의존하는 팀 컬러이면서도 진루타나 적시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기에 득점력이 크게 저하된 것이 두 달 이상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주요 원인입니다.

이대형의 부상 공백을 제대로 메운 선수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루 시 도루 능력을 통해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압박하는 이대형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특히 포수의 도루 저지 능력이나 내야진의 수비 능력이 다소 부족한 한화와 같은 팀을 상대할 때야 말로 이대형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이대형은 오늘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5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이 가시권에 접어들었으니 차후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이대형 ⓒ연합뉴스
7회말 대타로 기용된 김태완은 동점 스퀴즈와 9회초 쐐기타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전임 김재박 감독 시절 이래 최근 몇 년 동안 LG 타자들이 스퀴즈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는 일이 드물었는데 김태완은 7회초 1사 1, 3루에서 초구에 스퀴즈를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5:4 1점차 리드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던 9회초에는 2사 2, 3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9회초 적시 2루타는 김광수를 상대로 LG가 처음으로 점수를 뽑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LG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김광수는 8월 7일 잠실에서 친정팀과의 경기에 처음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한 바 있으나 구위나 제구 등 투구 내용이 좋았다기보다 LG 타자들의 집중력 저하가 공략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김광수는 인터뷰에서 친정팀과의 첫 등판을 상당히 의식했고 부담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김광수는 제구가 되지 않아 볼을 남발했지만 LG 타자들은 집중력 저하로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는데 만일 김태완의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차후 김광수는 LG전에 자신감을 가지고 등판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본래 140km/h 중반까지 직구 구속이 나오지만 자신감 상실로 무너져 LG 마무리에서 탈락해 한화로 트레이드되었음을 감안하면 김태완의 2루타는 여린 심성의 김광수가 앞으로도 친정팀인 LG전에 부담감을 계속 안고 등판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LG 타선은 오늘도 중반까지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택근과 이진영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이진영은 1회초 1사 2, 3루, 2회초 2사 만루, 6회초 2사 1, 3루 기회에서 단 하나의 타점도 기록하지 못했으며 이택근은 4회초 무사 1, 2루와 8회초 무사 1루에서 모두 병살타를 기록하며 공격 흐름을 끊었습니다. 두 선수가 제몫을 해줬다면 LG는 3:0으로 앞서는 것이 아니라 그 두 배 이상의 점수를 뽑고 6:0 정도로 앞서가며 호투한 김성현에게 편안한 선발승을 안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한화의 두 번째 투수 윤근영을 상대로 3.2이닝 동안 3안타 4볼넷을 얻고도 1점도 얻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나마 6회말 역전을 허용하고도 7회초 재역전에 성공한 뒤 9회초 쐐기점을 뽑은 것이 긍정적인 흐름이었습니다.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 5회말 서동욱의 수비도 아쉬웠습니다. 1사 1루에서 이여상의 땅볼 타구를 정성훈이 잡아 2루에 송구했을 때 서동욱이 글러브에서 공을 빼지 못해 병살 연결에 실패한 것이 실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서동욱이 살려준 타자 주자 이여상은 초구에 2루 도루에 성공했는데 포수 심광호의 송구는 원 바운드였지만 서동욱이 제대로 포구했다면 이여상의 머리나 등에 자동 태그되어 아웃시킬 수 있는 타이밍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동욱이 포구에 실패해 송구를 뒤로 빠뜨리는 바람에 이여상은 2루에 안착했고 신경현의 적시타로 득점하며 한화가 추격의 불씨를 당기게 되었습니다. 서동욱이 이여상을 두 번 살려준 탓에 역전까지 허용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올 시즌 종료 후 박경수가 입대하면 내년 시즌 서동욱은 유격수 오지환과 함께 2루수로 고정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루수에 이택근이 배치되면 포지션 라이벌 김태완에 비해 잔부상이 없고 타격 능력도 뛰어난 스위치 히터 서동욱이 2루수로 배치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서동욱도 1루수를 비롯해 다양한 포지션을 전전하기보다 2루수에 고정 배치되어 전념하는 편이 타격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직 키스톤 플레이에 능숙하지 않은 서동욱이지만 올 겨울 2루수로서 수비 능력을 키운다면 이택근 - 서동욱 - 정성훈 - 오지환으로 이어지는 내야진은 타격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타 팀에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7회초 스퀴즈 작전과 8회말을 이상열에게 맡기고 마무리 송신영을 9회말 1이닝에만 고정하는 투수 기용은 적절했습니다. 하지만 3:1로 한화가 추격해온 6회말 2사 만루 고동진 타석에서 좌완 양승진을 투입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고는 하지만 동점 상황 연장전에 등판한 것이기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어제 호투했으니 오늘 경기에서 필승 계투진으로 곧바로 격상시켜 2사 만루의 부담스런 상황에서 양승진을 등판시킨 것은 팀 차원뿐만 아니라 아직 성장 중인 양승진에게도 무리수였습니다. 양승진의 고질적인 약점이 제구력임을 감안하면 밀어내기 볼넷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만루 상황의 투입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한화에 고동진 대신 대타로 투입할 수 있는 우타자의 가용 인원이 충분하다고 감안하면 양승진이 우타자와 상대할 수 있다는 점까지 예상한 교체였는지 미심쩍습니다. 굳이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로서 양승진을 활용해야 했다면 고동진에 앞서 가르시아를 상대시키는 편이 나았습니다. 한화가 가르시아를 대신해 우타자를 대타로 기용할 가능성은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승진은 고동진의 대타 이대수를 상대로 5개의 투구 중 단 1개밖에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 채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역전의 화근을 제공했습니다.

김태완의 적시 2루타로 덮이기는 했지만 9회초 1사 1, 2루 오지환의 타석 볼 카운트 0-2에서 치고 달리기 작전을 지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김광수의 제구가 크게 흔들려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기다리라는 사인을 냈다면 아마 오지환도 볼넷을 얻어 1사 만루의 기회가 김태완에게 왔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습니다.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를 상대로는 치고 달리기 작전을 구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왜냐하면 치고 달리기는 타자가 반드시 공을 맞혀야만 성립되는데 제구가 되지 않는 상대 투수라면 타자는 헛스윙해 카운트만 나빠지고 다음 베이스로 향하던 주자가 도루 실패 아웃으로 횡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치고 달리기 작전으로 인해 오지환은 김광수의 매우 낮은 볼을 억지로 맞히는 바람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습니다.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치고 달리기 작전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상대에 헌납한 것입니다. 감독의 작전 구사를 통한 지나친 개입이 공격 흐름을 스스로 차단한다면 작전 구사를 최소화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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